나의 문화유산답사기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유홍준 지음/ 창작과 비평사
답사기 3권에서는 어떤 문화유산을 볼 수 있을까?
서산 마애불의 잔잔한 미소
저물 무렵이 아름다운 섬진강을 끼고 있는 구례 연곡사
양반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북부 경북의 의성, 안동, 풍산, 하회,예안, 도산서원, 임하,
이루어 지지 않은 왕도의 꿈을 지닌 익산미륵사터
수난의 경주 불국사
서울, 공주, 부여에 남아 있는 슬픈 백제의 회상
예전에 하회마을의 화산 너머에 있는 병산서원에 갔더랬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병산서원에서 만루대를 통해 보이는, 병산 절벽 앞을 흐르는 강과 드넗은 모래사장의 풍경은, 병풍에 걸린 산수화같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서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의 아름다움을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 다음 기회가 된다면 나의 발과 다리에 수고로움을 끼쳐야겠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 배를 타고 부산항에 들어서면 눈 앞에 확 들어 오는 산, 그 산의 모습이 가마처럼 보인다고 가마부를 사용하여 부산이라 불렀단다. 내가 살았던 망미,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옛적에 유배지에서 임금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던 곳이란다. 지명에는 그 역사가 숨쉰다. 공주. 공주의 옛 이름은 곰나루, 고마나루라고 불렸다. 이 곳에 곰 설화가 곰 나루 전설로 전해지고 있단다. 이 고마나루는 한자로 웅진, 그리고 이것이 나중에 웅주라 하여 혹은 곰주라고 불렸는데, 이를 한자식으로 바꾸면서 곰주가 공주로 고쳐졌다고 한다.
공주의 주요 답사처는 송산리 고분군에 있는 무녕왕릉이다. 왕릉의 주인이 확실한 기록과 물건으로 알려진 것은 무령왕릉이 처음이었다. 이런 점에서 무녕왕릉은 대단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또한 그 가운데 출토된 유물들은 백제의 '검이물루 화이불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준다. 이 무녕왕릉도 방문해 본 장소이다. 하지만 돌이켜 본건데 큰 감명을 받지 못한 것은 사전 공부가 없었던 탓이라.
아름다움이란 감각적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가운데 숨어있는 비례, 조화등을 인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감각적으로 느끼는 감성적 아름다움은 첫인상의 아름다움이라 한다면, 인식되는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발견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 바 그 안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부대끼고 부딪혀가며 정이 들 듯 안목도 그렇게 세월의 흔적들이 아닐런가? 하지만 세월의 안내로 조화로움을 인식하게 된다면 초심자에게는 아름다움의 인식은 언감생심이겠지. 여기에 뛰어난 안목을 가진 누군가의 친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세월을 아낄 수도 있지 않을까?
유홍준씨는 초심자가 부여를 답사하는 것을 말리고 있다. 초심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때문이다. 백제의 모습이. 백제의 모습은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가 아니라, 없는 것과의 대화라고나 할까? 망국의 한이랄까 백제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나라이다. 통일신라의 경주, 고려의 평양, 조선의 한양등은 수도로서 정치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건만,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 부여등은 오랫동안 잊혀졌던 지역으로 남아있었으며 문화유산초차 태부족인데, 그 무엇을 보고 그 무엇과 대화를 나눈단 말인가? 가람 이병기, 육당 최남선등은 부여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던 것일까? 부여의 자연경관과 그 남아 있는 정림사 5층석탑의 아련한 모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백제의 옛 수도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 대단한 감수성과 안목이다.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권은 이렇듯 부여의 회상으로 끝을 맺는다.
유홍준씨의 백제의 문화유산에 대한 느낌은 '검이불루 화이불치' '소중현대' 이 두마디로 압축되어 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으며,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작은 것 가운데 큰 것이 들어 있다'
그는 백제 부여편을 통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지를 벗어나 보이지 않아도 보는 경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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