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수 지음/ 신지서원
이 책에서 유가라 함은 선진유가를 가리키는 말로서,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하고 통일국가를 이룬 진시황의 진나라 이전에 있었던 유가들인 공자, 맹자, 순자를 가리킨다. 유가의 대표적인 저술 중 하나는 대학이다. 잘 알려진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란 말이 이 책에 나온다. 대학이란 큰 학문이란 뜻으로 군주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알려주는 학문이란 뜻인데, 선진유가들은 군주는 군주가 되기 이전에 군자, 또는 대인,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만큼 선진유가들은 군주의 지위나 자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정치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 진다고 생각했을까?
선진유가들에게 정치란 무엇이었는가?
정치의 목적이란 군주가 지향하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군주의 해야 할 일은 세가지이다. 첫째, 백성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민, 둘째, 백성을 먹여주는 양민, 세째는 군주 스스로 모범이 되어 가르치는 교민을 포함한다. 즉 백성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들을 배불리 먹이고, 나아가 그들에게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것이 이상적인 군주의 해야 할 일이며 정치란 그 목적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선진유가의 정치론은 기본적으로 군주론이다. 어떤 군주가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는가하는 것에 그들의 관심이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의 성패는 군주 한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것, 그리고 군주의 정치는 결국 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선진유가의 공통적 주장이다. 덕치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군주가 성인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모범이야 말로 최고의 정치이며, 교육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군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되는가?
덕이 있는 인재를 찾아내고 훈련시켜 군주의 지위를 물려주는 선양, 후손에 물려주는 세습, 그리고 군주답지 않은 군주는 혁명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순자는 선양을 인정하지 않았지만...하지만 그들의 한결같은 생각은 군주는 수신을 통해 도덕적으로 자신을 완성하고 그를 바탕으로 덕치를 펼침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만일 군주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순자는 말하기는 군주는 백성이라는 물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고 했다. 광포한 파도가 배를 뒤집을 수 있는 것처럼 포악한 군주는 백성에 의해 쫓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백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형태의 민주주의를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군주의 권력 오용 및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백성의 힘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군주론은 인간 본성에 의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유토피아적 사상에 가깝다. 성인군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최상의 시상적 정치이런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권력욕에 생각이 미친다면 어찌 그러한 사람만이 군주가 될 수 있겠는가? 권력에 눈먼 짐승과 같은 사람들이 군주가 되기 위해 뿌린 피는 얼마나 깊고 넓을까? 군주같지 않은 군주가 권력을 잡고 그 통치아래 신음하는 백성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비단 그들의 사상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지역과 시기에만 들렸던가? 그렇다면 수천년동안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그들의 사상은 오히려 너무나 단순한 어린아이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는가 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선진유가들은 성선설, 또는 성악설로 대표되는 모든 인간의 본성이 평등하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평민도 수양에 의해 군자나 대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평민도 그들의 수신여부에 따라 마땅히 군주가 될 수도 있다는 어떻게 보면 폐쇄적인 신분제도를 초월한 진일보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인간 본성의 평등을 근거로 한 그들의 군주론은 수천년간의 중국의 정치사상에 영향을 미쳤고, 그리고 한반도의 조선왕조들은 그들의 사상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하였지만, 특기 조선사회는 폐쇄적인 신분사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대부계층들만 온갖 특혜와 권리를 누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존재해 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더구나 그들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은 학문의 궁극적 목표를 입신양명에 둠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영달과 성공을 위한 경쟁의 에너지를 사회에 불어넣어 오지 않았던가? 선진유가들도 그들의 정치사상을 펼친다는 미명아래 춘추전국시대의 제후국을 유랑하며 그들을 받아줄 군주를 찾아 주유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그들의 사상은 현 우리 사회에서 보는 여러가지 병폐의 기본이 되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것을 극복하고 그들의 사상을 올바로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상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즉 입신양명을 위한 학문을 지양하고 도덕적 수양과 그를 바탕으로 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고의 전환이 요청된다. 오늘날 유가의 저술들에 대한 현대적 해석등이 나오면서 그러한 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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