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복 지음

 

오랫동안 말을 잘하고 싶었다. 재미있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주장을 조리있게 설득력있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손석희가 말하는 법>이란 제목이 눈에 띄었을 때 나의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두께도 두꺼운 편이 아니라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커다란 무기를 하나 얻었다는 느낌에 뿌듯했었다.

 

손석희씨의 말하는 방법

 

손석희는 어떻게 감정대립을 최소화해가면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 촛점을 둔다. 손석희는 곁다리 논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한 장치들을 만들어 상대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그가 내세운 장치들과 싸우면서 논리적인 반박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화법을 구사한다.

 

그러한 장치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다. 주장만 공허하게 반복하는 상대에게 집요하게 그 주장을 뒷바침하는 사실을 요구해서 상대 스스로 주장을 검증하게 하는 것이다. 손석희는 '당신의 주장은 틀렸습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상대의 주장이 스스로 힘을 잃도록 만든다. 브리지트 바르도와의 개고기 논쟁에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적이다'라고 주장하는 그녀에게,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의 수를 알고 있는지, 한국인뿐만 아니라 유럽인들도 한국에 와서 개고기를 먹게된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지 물으며 사실 자체에 관한 방향으로 논쟁을 이끈다.

 

또한 손석희는 논쟁에서 험악하게 공격해오는 상대를 바로 받아치기보다 상대의 주장에 반대되는 생각을 제시함으로써 상대방은 싸우게 하되 자신은 싸우지 않는 방식을 적절히 구사한다. 바르도에게 "당신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불쾌할 뿐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당신의 말을 듣고 설득되는 쪽보다 불쾌하게 여기는 반응이 더 많았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되묻는 식이다.

 

손석희의 말하는 방법을 몇가지로 정리해 본다.

 

1.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 생각과 싸우게한다>

손석희씨는 상대방이 싸우도록 한다. 하지만 손석희 자신은 싸움에 끼여들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반대생각을 제시함으로 상대방이 그 반대되는 생각과 싸우게 만든다. 

 

2. <생각을 말하지 않고 사실로 말한다>

사실은 명쾌하다. 하지만 주장은 사실만큼 명쾌하지 않다. 주장은 반박의 여지가 많다. 그래서 주장이나 생각을 말하지 않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말한다. 사실로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말한다.

 

3. <상대방도 알고 있는 예를 든다>

서로 알고 있는 사례는 구속력이 있다. 상대방도 알고 있는 예시를 통해 그 논리의 울타리안에서 싸움을 하도록 그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말한다.

 

4. <논리의 벼랑끝에 세우고 돌아선다>

설득은 없다. 논쟁에서 그것은 기대할 수 없다. 다만 끝까지 항복을 요구하지 않고 논리의 예리함으로 진실을 들추면서 칼을 거둔다.

논쟁은 상대방을 이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듣고 있는 제삼자를 설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어떻게 말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들릴지를 생각하며 말한다. 다수를 인정하면서도 준엄하게 합리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중의 하나이다.

 

5. <상대방의 말로써 상대방의 오류를 보인다>

경청은 상대의 말을 활용하는 절묘함을 가져다 준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자신이 듣게 한다. 이렇게 상대의 말로 상대를 묶을 수 있다.

 

6. <주장을 내세우는 자에게 사실을 요구한다>

주장을 강하게 펴는 상대방에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집요하게 요구하여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주장의 강함을 판단기준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반하여 사실 검증의 장으로 이끌어 들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손석희씨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신의 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보편화시키거나 익명화시킨 의견으로 제시한다. 즉 '이러이러한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와 같이....

또는 '사실은 이러이러한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네이버 카페 <푸른 숲의 책> http://cafe.naver.com/prunsoop/12141  <엘리>님의 글의 도움을 받음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비 (왕비열전 1권)  (0) 2013.08.25
생산적인 책읽기 50 / 소개된 책들 및 발췌문과 소회  (0) 2013.08.16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0) 2013.07.30
28  (0) 2013.07.25
장미의 이름 (상,하)  (0) 2013.07.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