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원작/ 이은재 엮음/ 박현자 그림 / 지경사

 

초등학교 3학년 딸애는 매달 수학도둑 만화책 1권을 자기 돈으로 산다. 그리고 나는 딸애가 직접 고른 책이나 내가 권해 준 책 한 권을 사준다. 이 번 달에는 우리 딸애가 동물 농장을 골랐다. 동물을 좋아해서 자기의 블로그의 이름도 동물 농장이라 부르는 딸애는 아마 제목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자투리 시간에 짬짬이 읽어 보노라니, 어느새 결말이 어떻게 될런지 궁금해 하며 폭 빠져버렸다. 

 

읽는 내내 이 풍자적인 이야기는 러시아의 공산화를 빗대어 말한 것이라 느껴졌다. 돼지 스노볼은 공산주의의 참 이론에 충실한 혁명가를 가리키는데, 아마 레닌 정도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스노볼을 쫓아내고 권력을 잡은 돼지 나폴레옹은 철의 장막을 친 스탈린을 가리키는 것이라 추정해 본다. 하지만 권력을 잡기 위해 무력에 의존하며, 또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무력과 속임수등을 동원하여 인민의 눈과 귀, 입을 막아버리는 추악한 모습의 나폴레옹은 단지 스탈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약한 사람들을 압제하고 탈취하는 더러운 권력자들이 바로 돼지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들이리라.

 

물론 쫓겨난 메이너농장 주인 존스는 볼세비키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러시아 황제를 가리키며, 존스의 애완 동물이었던 까마귀 모지즈는 항상 저 구름 너머에 있는 케이크와 각설탕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 울타리가 있는 슈가캔디산에 대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지껄이는데, 이는 종교지도자들을 상징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슈가캔디산은 천당이나 극락세계로 묘사된 사후의 세계를 말하는 것일테고. 종교권력은 현실 넘어의 환상을 끊임없이 심어주면서 현실의 고통과 어려움에 체념하도록 하여 권력자들의 권력을 유지하게 해 주는 권력의 시녀가 되어 버렸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복서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성실한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무지하기에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권력자들의 입에 발린 소리에 속아 불행한 삶을 살다 끝내 불행히 삶을 끝내고 마는 대중들이 아닐까? 제일 악질적인 캐릭터는 스퀼러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놈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왜 동물들이 그 악질의 거짓말을 간파해 내지 못하는 것일까 답답했었다. 진실은 쉽게 알려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현실과 그 고통에 직면할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일까?

 

어쨌든 돼지들은 동물 농장의 약하고 무지한 동물들을 착취하면서 그들의 탐욕의 몸뚱이는 디룩디룩 살이 쪄가고, 결국은 그들의 원래 행동강령까지 몰래 바꾸어가며 점점 그들이 쫓아냈던 인간의 모습을 닮아간다. 결국 마지막에는 누가 돼지인지 누가 인간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끝나고 만다.

 

조지 오웰은 영국의 식민지 인도 태생으로 식민지 출신의 열등감에 시달린다. 버마에서 대영제국의 경찰로 근무하면서 식민지 정책을 부조리를 수없이 확인하면서 그는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파리와 런던 등지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에게 가장 큰 성공을 가져다 준 동물농장은 2차대전이 끝나던 무렵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소련이 주도하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소설이란 평가를 받으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비판 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여러 작품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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