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맨의 죽음    아서 밀러 지음 / 강유나 옮김 / 민음사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떨고 있는 비극적 상황 속의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경은 미국, 대공황이 발생한 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윌리 로먼, 60세에 달한 그는 근 30년간을 한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일해 왔다. 대공황전에는 세일즈로 다소 풍족한 생활을 영위했지만, 대공황이 발생하고 그의 나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그의 일은 점점 힘들어 진다. 결국 그는 사장 하워드를 찾아가 내근을 할 수 있도록 조처해 달라고 평생 처음 부탁을 하게 되나, 매몰찬 거절과 아울러 해고 통보를 받게 되자 절망에 빠진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의 친구 찰스가 그의 회사에서 일을 하도록 제안하지만 그를 거절한다. 항상 그는 찰스에 대한 우월감을 가져왔었는데, 이제서야 그의 밑에서 일을 하다니, 그의 자존심이 이를 용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그의 자동차를 몰고 과속으로 달리다 사고를 낸다. 자살!

 

그의 큰 아들 비프 로먼은 항상 아버지의 기대속에 칭찬을 받고 자라난다. 우수한 미식축구 선수로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수학과목에서 F를 받고 졸업조차 할 수 없는 신세가 되면서, 그의 인생은 구겨지기 시작한다. 그는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남의 지시를 들으며 일을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은 아들 해피 로먼은 모든 관심을 형에게 빼앗겨 버리고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에서 소외된 채 성장한다. 이로 인해 그는 받지 못한 사랑을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보충하려 한다. 또한 그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경향도 지니게 된다.

 

비프는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절망에 압도되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와의 대립각을 세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그는 자기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게 된다. 참으로 비참한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그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는 그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거친 논쟁중에 '우리 집 식탁에서는 단 한마디의 진실도 없었다'고 소리친다. 아버지의 기대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그만 하라고 외친 것이다. 그리고는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쏟는다.

 

윌리는 아들의 눈물은 윌리 자신을 사랑하는 증거라 생각하고, 비프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남기기로 작정한다. 그가 죽고 나면 받게 될 보험금으로 비프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를 몰고 돌진한다. 쾅!

 

아서 밀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기대, 자식의 장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부성애, 버릴 수 없는 알량한 자존심, 열등감, 경멸스러운 속물 근성... 

 

윌리는 물질주의 사회의 희생자임에 틀림없다. 그를 형성한 그리고 그의 삶을 관통하는 원리는 그 당시 팽배해 있던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이었다. 물질적인 성공만을 진정 가치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풍조는 거대한 해일과 같아서 한 평범한 소시민이 그 것에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는 가해자이기도 했다. 그 피해자는 자기 자신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그 경멸스러운 풍조를 저항할 정신적 힘이 없었다는 것이 그의 잘못이었다.

 

<어느 세일즈 맨의 죽음>은 인간 존재가 얼마나 연약한 가련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시대의 조류에 휘둘리는 소시민이 겪어야 할 결말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도 보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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