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 과학자의 눈으로 본 인간, 역사, 우주 그리고 신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 북스

 

프리먼 다이슨은 다이슨 방정식으로 유명하다. 노벨상을 받았어도 뭐라 말할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는 리처드 파인만의 이론과 슈윙거의 이론을 통합하여 그 둘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하나라는 것을 밝힌 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의 이론 모두에 정통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자신의 말처럼 그의 특기는 독창성,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것들을 통합하는 능력이다. 그에게는 모범생의 냄새가 난다. 아울러 소심함이랄까, 소박함이랄까, 그런 모습...또한 자신의 강직하지 못한 여린 마음을 아파하는, 그리고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내세우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도 발견된다.

 

아주 어릴 때 부터 수학을 좋아하던 소년, 홀로 미적분 문제집을 구해서 파고 들던 학창시절, 이른바 모범생다운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영향일까?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은 '우주적 합일'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그는 정작 이러한 그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그의 소박함이랄까? 그의 '우주적 합일'은 2차세계대전때 그를 양심적 병역거부에 이르도록 해었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용기가 없었던 그는 전략 폭격 연구소에서 일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전쟁을 지원하는 일은 그의 우주적 합일의 이념을 희생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과거의 자신의 지행불일치의 행로를 회피하지 않는다. 그러한 자기 모순적인 행동들을 담담히 인정한다. 여기에 그의 소박함과 솔직함이 드러난다.  

 

오리온 계획이라는 핵폭발을 이용한 우주선 개발에 대한 열정과 그 포기의 역사, 그 뒤안길에 있는 핵군축 및 핵실험 금지와 관련된 정치적 역사의 현장에 그는 항상 함께 동행해 왔다. 핵의 개발과 사용을 통한 우주의 식민지화가 인류의 미래라는 그의 믿음, 그러나 핵참상을 막아야 한다는 그의 양심적 소리는 그의 내면에서 대충돌을 일으켰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그의 관심사는 미래를 향해 있었다. 인류의 미래...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인지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는 사람, 그가 다이슨이다.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실험에 대한 찬반 의견도 이러한 바탕에서 이해될 수 있다. 

 

외계문명을 찾는 것,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 DNA 조작을 통한 인류의 잠재 다양성은 축복이 될까? 저주가 될까? 은하계 녹화 사업과 관련된 회색기술과 녹색기술, 오토마톤등 아직 우리가 이르지 못한 미래상에 대해 그의 많은 생각들이 드러나 있다. 왜 제목에서 처럼 그를 몽상의 과학자라 부르는지 이해가 된다. 어쩌면 그의 모든 미래에 대한 논의들이 몽상일런지도 모른다. 많은 우주론을 다루는 책에서는 우주의 종말에 대해 말한다. 영원한 팽창으로 차갑게 얼어버린 우주 또는 수축으로 말미암은 대충돌로 무한대의 열로 끝나버리는 우주. 어떤 결말이든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죽음의 우주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이슨은 우주 식민지화 내지는 우주 녹화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우주를 향해 뻗어 나가는 미래, 오토마톤을 이용해 우주를 정복해 나가는 몽상을 꾸고 있다. 또한 지성적인 존재는 우주가 어떠한 결말로 향하던 그에 맞는 적응이나 진화를 통해 파국을 살아 남을 것이란 생각을 그는 피력하고 있다. 과연 인류는 우주의 종말마저 뛰어넘을 것인가?

 

흥미로운 논의 하나는 설계논증과 관련된 것이다. 그의 유명한 말이 있다. "우주에 대해 조사하고 그 구조를 자세히 연구하면 할 수록 우주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출현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진다." 그리고 우주적 정신에 대해서도 흥미있는 그의 견해를 볼 수 있다. 첫째, 아원자 물리학의 수준에서 관찰자는 불가피하게 관찰하는 대상의 정의에 참여한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의 붕괴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둘째, 우리 인간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기의 마음을 의식하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마음과 정신이라는 것은 아주 독특하다는 것이다. 세째 우주의 구조 그리고 생명과 지성을 가능하게 하는데 필수적인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독특한 조화는 정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우주적 정신이 존재한다는 그의 믿음으로 인도한다.  

 

다이슨은 이 점에 있어 용감하고 솔직하다. 그는 우주의 정신을 믿는다고 공언한다. 비록 그가 물활론자 또는 정령을 믿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해도 그의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의 꿈에 그는 신을 찾아가 만난다. 그가 왕좌에서 만난 신은 어린 아기였다. 그는 엘리야가 들었던 여린 소리를 이 어린 신에게서 들었다고 쓴다. 무슨 의미일까? 신은 어린 아이처럼 우리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신은 큰 소리로 우리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의 정신과 존재를 보여줄 뿐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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