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우주를 말하다. 창조자 없는 창조?  게르하르트 뵈르너 지음  전대호 옮김 해나무출판사

 

영국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 '신의 마음을 읽'는 일에 대해 말한바 있다. 그 당시 호킹은 우주의 창조자인 신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넌지시 비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위대한 설계]라는 책에서, 그는 우주가 무에서 생겨났으며, 우주의 창조와 관련하여 신의 역할을 없다고 이야기함으로,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떨 지 몰라도, 창조자로서의 신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최신 물리학을 선도하는 물리학자 다수는 '무에서 생겨난 우주'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과연 이 경이로운 우주에 신의 손길은 필요없는 것이었을까?

 

프리먼 다이슨을 비롯한 몇 몇 저명한 물리학자들은 견해를 달리한다. 그들은 여전히 신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창조자 없는 창조?]의 저자 게르할트 뵈르너도 이러한 물리학자중 한 사람이다. 그는 거시세계-빅뱅에서 블랙홀까지-와 만물의 궁극적인 토대-양자세계와 기본입자-들에 대한 최신 물리학을 소개한다. 그리고 관측과 실험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받고 있는 자연과학적 사실들을 토대로 신의 존재와 종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도록 권한다.

 

여러 물리학 교양서적을 통해 거시세계를 다루는 상대성이론과 더 나아가 우주의 구조, 그리고 미시세계인 양자세계와 그 세계를 이루는 입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아마추어적인 정보가 있는 나에게도 이 책은 쉬운 책은 아니었다. 특히 1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부록 부분은 그냥 건너 뛸 만큼 어려웠다. 역자도 이 책이 다소 어려운 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4장 '한계의 설정과 초월' 에서는 자연과학과 종교, 및 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어려운 저자의 견해들이 생각을 자극한다.

 

이 책에서 논하는 논증들을 몇가지 따라가 보기로 한다. 레너드 서스킨드? 는 [풍경이 있는 우주]의 초반부에 그의 편견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사실 그는 무에서 우주가 생겨났다고 믿는 대표적인 물리학자중의 한 명이다. 그의 편견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물리학은 신적 존재를 개입시키지 않고 우주의 발생을 비롯한 자연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자신도 시인하듯이 이것의 그의 편견이다. 하지만 게르하르트 뵈르너는 다른다. 그는 편견없이 사실들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생각을 펼쳐나간다. 그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먼저 그의 자연과학적 세계관이 어떠한지 알아야 하다.

 

"나는 자연과학의 영역 한에서 확실한 앎과 사변적인 이론을 명확히 구분하고 자연과학이 어디까지 유효한 지 그 한계를 명확히 긋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이 유효한 한계 내에서 자연과학은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규정하며, 자연과학의 지식은 무지에서 나온 주장에 의해 의문시 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자연과학으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전제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다중우주나 평행우주에 대한 현대의 이론들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은 실험이나 관측으로 증명할 수있는 과학적 사실이 아니기때문이다. 또한 더 나아가 아름다운 수학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끈이론에 대해서도 그는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끈 이론이 더욱 발전하여 관측이나 실험으로 증명될 가능성까지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그의 논의는 나름 합리성 및 설득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최소한 그는 편견없이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주가 빅뱅을 통해 탄생하 그 뒤 분산된 기체가 은하들의 시스템으로 진화하여 복잡한 우주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은  우리의 일상 경험을 훨씬 벗어나며 종종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시간과 공간도 빅뱅에서 탄생하고 블랙홀에서 소멸하므로 더 이상 우리 경험의 절대적 범주일 수는 없다. 혹시 우리의 시공간적 실존은 온전한 실재의 한 측면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신이 있다면 그는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일 것이라는 그의 추론은 이런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의 확고한 일상 세계는 물리학자들의 놀라운 지식이 열어젖힌 미시세계의 기본 입자들과 비물질적인 장들을 토대로삼는다. 그 입자들과 장들의 양자역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세계가 관찰자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의 물질세계의 미시구조를 파헤쳐감에 따라 우리는 놀라운 추론에 근접하게 된다. 물질세계는 비물질적인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적 세계관은 객관적 존재를 기술하는 학문인데, 양자세계는 그러한 객관적 세계가 아닌 관찰자의 의식이나 정신에 의존하는 주관적인 세계인 것 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슈뢰딩거의 파동함수의 붕괴와 관련된 코펜하겐해석은 객관적이어야 할 자연과학적 세계가 주관적인 세계로 해석되는 역설을 낳게 되니 말이다. [평행우주]에 언급된 한 유명한 물리학자는 '우주의 존재는 우주를 관측하는 눈 - 우주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초월적인 관측자가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는 취지의 이야기한 적도 있다. 

 

"비록 나는 최종적인 대답을 제시할 수 없지만, 자연과학적 세계 서술의 한계를 탐구함으로써 신앙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분명해 지기를 희망한다. 위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건 "아니오"라고 대답하건, 그 판단은 자연과학이 내릴 수 없는, 개인 각자의 결단이다."  최신 물리학이론을 바탕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현대의 자연과학은 그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해 주기엔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과연 물리학이 신의 존재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날이 올런지, 그 때가 되면, "신은 존재한다"라고 백기를 들 것인지, 아니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을런지....

 

신의 존재를 논증하거나 부정하는 견해애 대한 자연과학의 한계와 그 초월적인 이론들을 원하는 사람은 1장과 4장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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