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민음사 2012-9-5 읽음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이 작품으로 하여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처음 '설국'을 읽은 때가 중학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오랜 기억 속에 잊혀져 있었지만, 때때로 '설국'이라는 단어에 접할 때 마다 뭔가 정체모를 상쾌하면서도 투명한 싸늘함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을 받곤했는데, 드디어 저질러 버렸다.
그 정체가 모호했던 설레이는 차가움과 새하얀 느낌의 정체를 문득 깨닫는다. 산골의 자연을 예리하게 묘사하는 가와바타의 능력은 탁월하다. 문장이 시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실체를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묘사는 끊임없이 그의 정신속에서 창조되는 이미지로 깊이 빠져든다. 시적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그의 '설국'을 다시 읽고 싶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시골의 게이샤이 고마코의 시마무라에 대한 사랑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한량인 시마무라도 고마코를 좋아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애정은 매번 제자리걸음이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요코라는 처녀를 알게되고 진지하면서도 상쾌하게 차가운 그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일본의 여관,목욕,게이샤 문화등은 특유의 체취를 지니고 있다. 북쪽의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의 남다른 모습과 함께 말이다.
첫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 기착 멈춰 섰다' 는 일본 근대문학 전 작품을 통틀어 보기 드문 명문장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표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델리킷한 느낌의 문장을 즐기는 독자는 꼭 읽어 보도록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