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우수가 지났다.

지난 2월 초 아직도 겨울 바람이 차가울 때, 문득 달력을 보니 입춘이었다.

겨울 속의 봄, 하지만 이제 봄의 문턱을 넘어섰구나 하는 기분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듯도 했다.

이제 우수 경칩이 지나 춘분이면 완연한 봄일테지라고 생각했었다.


두 손 호주머니에 찔러놓고
자라목하며
종종걸음치던 날들
바람에 속절없이 흩어지던
하얀 입 기운은 공중에 얼어 붙는다


처마 끝에
자라던 겨울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문득 넘겨 본 달력은
봄의 문턱에
깜짝 놀란다.
입춘이다


이제
눈 꽃이 떨어지고
새 꽃이 피면
그 땐 정말 봄일거야


현대 사회가 농경 문화를 하나 하나 벗어버리면서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과 뗄래야 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아주 멀어져 버렸다.

24절기. 

예전에는 어찌 그리 외우기가 어려웠었는지,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정겨워진다. 

예스러운 입춘, 우수, 경칩과 같은 말들이 멋져 보인다. 


이제 24절기를 한 번 외워보자. 좀 쉽게 뜻을 풀어서...


봄이 오면(입춘立春)
눈과 얼음이 녹아 비와 물이 되고(우수雨水 )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깜짝 놀라 잠 깬다.(경칩驚蟄)


봄이 깊어지면(춘분春分)
공기는 맑고 깨끗해지고(청명淸明)
곡식을 자라게 하는 비가 내린다(곡우穀雨)


여름이 오면(입하立夏)

보리 알곡 알차니 작은 수확이지만 거둬들이고(소만小滿)

새로운 수확을 위한 파종을 잊지 말아야 한다네.(망종亡種)


여름이 깊어가면(하지夏至)
작은 더위(소서小暑 )
큰 더위가 찾아 온다.(대서大暑)


가을이 오면(입추立秋)
여전히 남은 더위가 서서히 사라지고(처서處暑)
하얀 이슬이 내린다.(백로白露)


가을이 깊어지면(추분秋分)
차가운 이슬이 내리고(한로寒露)
서리도 내린다.(상강霜降 )


겨울이 오면(입동立冬 )
작은 눈(소설小雪)
큰 눈이 내리고(대설大雪)


겨울이 깊어지면(동지冬至)
작은 추위(소한小寒)
큰 추위가 닥친다(대한大寒)


이제 입춘지나고 우수도 지났으니 곧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올 것이다.

겨우내 찬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가지들은 작은 꽃봉우리를 내밀고 있다.

동백꽃은 벌써 성급히 터진 놈도 있고,

어린 매화들이 마른 가지에 하얗게 바람에 흔들린다.

산수화도 아주 어린 놈들이 노란색 머리를 내밀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한 번의 봄이 주어졌으니, 봄 날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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