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길. 

걸어가는 길 곳곳에 이런 저런 나무들을 본다.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 조그만 산수유 꽃봉우리

노란 꽃잎 꽃 봉우리에 어린다.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어린 꽃잎


벚나무

아직 벚꽃은 


동백나무

동백꽃은 붉은 피를 토하는 놈들이 꽤 있다. 

아직 열리지 않은 봉우리를

밀어내느라 머리가 분홍으로 변한

봉우리도 수두룩하다.


엄마 배속에 잠들어 있던 아이가

머리를 디밀며 세상으로 나오듯이

꽃잎들도 머리를 디밀고 있다. 

생명의 탄생은 소란스럽다.


매화, 하얀 매화.

어제 드문 드문 달려 있던 어린 매화,

오늘 화사한 매화꽃들이 풍성하다.

하얀 머리 꼭지를 보이며 아우성치는

새끼 매화들도 하얗다. 


봄은 남쪽에서 온다.

봄은 바람타고 온다.

봄은 땅 밑에서 솟아난다.

나무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봉우리로

땅에서 솟아나는 봄의 출구는 봉우리이다. 

봄은 꽃잎을 밖으로 밀어 낸다.

봄은 봉우리 속에 잠자고 있는 어린 꽃잎을 밀어댄다.


봄은 아우성이다.

여기서도 아우성, 저기서도 아우성

바깥 세상으로 아우성치는 꽃잎들의 아우성으로

봄은 소란스럽다,


여기서는 동백꽃 봉우리가 펑

저기서는 매화꽃 봉우리가 펑,

산수유 봉우리도 펑

아직은 여린 소리이지만

곧 소란스러운 소리가 난리를 치겠지.


윙윙대던 겨울 바람 수그러들고

화사한 봄 바람이 불어드니

땅에서 솟아나는 봄

하늘에서 내려오는 봄

서로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운다.


두런 두런, 수근 수근거리는 봄의 소리가

온 마을에 가득하다.

들어보자.

맑은 눈으로 들어 보자.

꽃들이 태어나 울어대는 소리를 보자.

꽃봉우리들이 불꽃처럼 터지는 소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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