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2012 10 6 읽음

 

'고도를 기다리며' ...유명한 연극이라는 것은 어찌 어찌 알았더랬다. 그리고 무대에는 나무 한그루만 있고, 2막에서는 나무에 잎이 달렸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도 들었다. 그리고 결국 고도는 오지 않는다는 것도 들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정말 재미없는 책이란 것은 읽고 나서야 알았다. 도대체 이 희곡이 어째서 노벨상을 탔으며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선정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상을 받지 못했거나 추천을 받지 않았다면, 읽고서 별 미친 놈이 다 있구나. 이것도 희곡이라고 썼나? 하고 생각했을 터이다. 하지만 식자들이 크게 칭찬하고 있으니,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겠지 하고 생각을 해 본다.

 

과연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고도는 누구인가? 그들은 왜 고도를 기다리는가? 고도를 기다리면서 의미없이 주고 받는 말들, 또는 상황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처음엔 고도가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모든 인생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지 않은가? 인생이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보면,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며 의미없이 지껄이는 대화나, 의미없는 상황들은 우리네 인생에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허망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2막을 읽으면서는 문득 고도는 신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과 무의미한 삶에서 오로지 신만을 향하는 인간의 마음, 하지만 고도는 소년을 통해 내일 오겠다는 믿을 수 없는 약속만을 전한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드미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무의미속에 내일은 나무에 목을 매자고 한다. 과연 그렇게 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절망을 잘 드러내는 말이 아닌가? 푸조와 럭키의 관계는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불행해지는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리고 블라드미르는 1막에서의 상황을 어제의 일로 기억하고 있는데, 에스트라공이나 푸조, 그리고 소년은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나무에 잎이 하루새에 필 수는 없는데, 그러면 블라드미르의 기억이 문제가 있는 것인가? 고도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를 기다리는 일은 꿈에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야기 전체를 통해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럭키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는 횡설수설하고, 다른 누구도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고도를 기다리며 시간을 죽일 뿐... 이 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몰라 의미없는 말들과 어리석은 행동으로 일관한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도가 누구인지, 왜 그를 기다리는지, 그가 오면 어떤 일이 있을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본능, 전통, 관습등 습관적인 행위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아뭏든 이 책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사람과 그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무언가 상징적인 것을 발견했다는 말이겠지. 그리고 생각해 보니 사무엘 베켓도 이 작품을 쓸 때 의미 없이 쓰지는 않았겠지? 어떤 의미를 밝히고자 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과 더불어 문득 떠 오르는 생각은...정작 작가인 베켓도 아무런 의미없이 이 작품을 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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