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지음/김정진 옮김/ 신원문화사/ 2012 9 30~ 10 3 읽음

 

첫 몇 장을 읽을 때는, "오, 아름다운 말들!"  언어의 아름다움, 유희라고난 할까? 시적인 표현들에서 만족을 느낀다. 뒷 부분으로 갈 수록 음...

 

존경받는 대학자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다. "내가 이 세상에선 당신의 명령대로 쉴새없이 성실하게 시중을 들어 주지. 그 대신 우리가 죽어서 저승에서 만나게 되면, 당신이 내 심부름을 꼬박꼬박 해야 하네" 라고 메피트토펠레스가 제안한다. 이에 "내가 어느 순간, 정지하라! 너는 참 아름답다 하고 말하면, 너는 당장 나를 쇠사슬로 꼭꼭 묶어도 좋다. 그러면 나는 기꺼이 멸망하겠다..."라고 파우스트는 그 계약에 동의한다.

 

비극 제 1부에서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에 의해 젊음을 갖게 된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라는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처녀와 그 가족을 비극의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절망속에서 마르가르테는 "하느님 심판을 해 주소서, 이 몸을 하느님께 맡깁니다....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여! 이 몸을 바치니, 저를 구해 주십시오."라고 외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저 여자는 형벌을 받았다"라고 하지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 "구원을 받았도다."라고 한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통속적이며 이해하기도 쉽다. 그리고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을 입어 향락에서 인생의 무언가를 찾으려다 실패하는 내용인 듯 하다.

 

하지만 다음의 비극 제2부에서 부터는 난해한 부분들이 읽기를 방해한다.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지 않으며, 특히 각 주는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희곡에 나오는 표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데, 그 당시의 사회사조나 철학, 사상등의 흐름과 연관시켜 상징성을 드러내는 각주는 이 희곡을 더욱 난해하게 만든다. 이 2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읽어야 할 책들이 있다.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 그리고 <그리스신화>를 먼저 읽어야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울 듯 하다. 또한 괴테 당시의 사상적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2부의 상징적 내용들을 따라가기가 가능하겠다.

 

2부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미녀 헬레나가 등장하면서 수많은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머리를 헷갈리게 한다. 아름다운 헬레네로 인해 신들의 전쟁, 트로이전쟁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는 헬레네를 쫒는다. 마침내 헬레네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얻게되지만, 모두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아마도 파우스트는 미를 향한 추구를 통해 행복을 얻고자 함이었겠지, 하지만 이 마저도 그를 온전히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였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권력과 부를 제공하여 그를 만족시켜려 든다. 그래서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는 황제를 도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 댓가로 해변가의 땅을 하사받게 된다. 파우스트는 그것을 개척하여 백성들이 안락한 삶을 살고 행복하게 살도록 도우려 한다.  "나는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일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토지를 개발해 주고 싶다.....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차지하는 사람만이 그것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따라서 여기서는 어린애, 어른, 늙은이도 위험에 둘러싸였을망정, 보람 있는 세월을 보낸다. 나도 그와 같은 사람등을 쳐다보며 자유스러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 그렇게 되면 순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해도 좋을 것이다. 멈춰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이세상에 있어서의 나의 생애의 발자취는 몇만 대가 지나도 영원히 멸망하지 않으리라. 이와 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나는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는 것이다."  

 

결국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약속했던 말 "멈춰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말을 남기고 쓰러져 죽게된다. 하지만 이 말은 메피스토펠레스가 의도한 순간에 있게되는 말은 아닌 것이다. 그는 향락, 미의 추구, 권력과 부를 통해 파우스트를 만족시키려했고, 이를 통해 "멈춰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말을 듣게되기를 원했었는데, 하지만 결국은 파우스트가 그 말은 내 뱉은 것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함에 연유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고 그들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면서 얻게된 만족과 행복에서 그 말이 나온 것이라니...

 

메피스토펠레스는 "어떤 향락도 이 사람의 마음에 차지 못했고, 어떤 행복도 이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는 변천하는 모습만을 얻으려고 애써서 추구하고, 마지막의 무가치하고 허무한 순간을 비참하게도 꼭 붙들려고 했다. 나에 대해서는 억세게 거역한 사람이지만, 시간에는 이기지 못해 노인은 모래 속에 쓰러져 있다. 시계는 멈췄다."라고 말하면서 파우스트와 그와의 24년을 회상한다.

 

결국 괴테가 파우스트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답일까? 학문의 깊이, 향락, 미의 추구, 권력과 부 등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다만 타인에 대한 사랑과 그들의 행복을 위한 노력만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움임을 노래하고자 했던 것이리라.

 

충분한 서양사상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지 않다. 너무 어렵다. 난해하다. 나 자신도 몇가지 해설을 보고 나름 결론을 짓게 되긴 되었는데...ㅠㅠ 다음에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야> <그리스 신화> 그리고 서양사상 - 중세시대로 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고전적 세계에서 낭만적 세계관에 이르는 흐름을 파악하고 난 후에 한 번 다시 도전해 보리라. 

 

* 몇가지 발췌문들

130-131p 메피스토펠레스

: 교회는 위장이 굉장히 튼튼해서 지금까지 나라를 몇개씩이나 삼켜 버려도 과식으로 배탈 난 적이 없어요. 옳지 않은 재물을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교회뿐이지요.

 

136p 메피슽펠레스: 기쁨과 슬픔은 물레방아 같은 것이지.

143p 마르카레테: 눈앞에 안 보이면 자연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요.

151p 파우스트: 오오, 사람에게는 완전한 것이란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 느낀다.

나는 욕망에서 향락으로 강루고 향락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욕망을 애타게 그린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도를 기다리며  (0) 2012.10.06
한 손에 잡히는 서양의 사상  (0) 2012.10.06
백년동안의 고독  (0) 2012.10.01
리딩으로 리드하라-인문고전독서법  (0) 2012.09.17
사도세자의 고백  (0) 2012.09.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