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수 지음/ 신지서원

 

아나키즘이란 무엇인가?

아나키즘이란 무정부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무정부주의란 정부의 존립자체를 부정하는 것인데...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정부가 없다면 사회는 어떻게 되는걸까? 무정부란 말에서는 혼란과 파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아나키즘은 무정부를 지향하는 극단적인 사상으로 낙인 찍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왜 아나키스트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 조차 무정부사상을 실현하고자 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지? 아나키스트들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면 폭력과 혼란을 원하진 않을텐데...사건의 표면만을 보고 그 내면을 들여다 보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사람이란 한 번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그러면 아나키즘의 사상적 배경은 무엇인가? 왜 아나키스트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는가?

사실 알고 보면 그들의 행동 이면에는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존재한다. 모든 억압과 통제로 부터 벗어난 무한한 자유를 향한 낭만적 갈망이 거기에 있다.

 

인류 역사는 가진자의 역사이다. 오랫동안 다수의 민중은 소수 권력의 압제하에 착취당하며 신음해 왔다. 권력자, 가진 자들은 그들의 권력과  가진 것을 유지하기 위해 법, 정치조직, 군대조직등을 만들어 민중 위에 군림해 왔다. 이러한 것들이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라 치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가진 자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민중의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하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용자와 노동자등 사이의 불평등이 심화된다. 아나키즘의 저변에는 이러한 기본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면 아나키즘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나키즘이 지향하는 것은 유토피아적 세상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와 평등이다. 모든 압제와 억압으로 부터의 자유, 모든 불평등을 타파하고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는 사상이 아나키즘이다.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법, 군대, 사유재산등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나키즘은 반전통적인다. 전통도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으며, 계층을 확고히 하여 평등을 가로막는 것으로 파악한다. 또한 더 나아가 아나키즘은 반종교적이다. 종교도 도덕적 미신으로 사람을 속박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는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나키즘은 자유와 평등과 같은 고결한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을 통제하지 않고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은 가능한가? 법이나 전통, 종교가 없다면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기능을 가진 정부가 없다면 사회의 질서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아나키즘은 인간 본성의 선량함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연상태에 있는 인간들을 법없이도 서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서로 싸우는 인간 군상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의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면서도 어떻게 그런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내 던질 수 있는 지 궁금하기도 하다.

 

또한 아나키즘에서 지향하는 바는 자유와 평등인데, 이 둘 중 어느 것을 더한 가치로 지향하고 있는지는 모호하다. 자유와 평등은 서로 병립하는 것 같으나, 또 달리 생각하면 서로 대립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나키즘은 1907년 일본에서 발행된 <천의>, 파리에서 발행된 <신세기>등의 잡지등에 의해 표방되었다. 서구의 침탈에 무력한 청나라 정부의 모습과 사회의 혼란 중에 혁명이 기운이 무르익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아나키즘은 민족주의 혁명세력과 연합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아나키즘은 세계적 혁명을 지향하고 있다.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은 아나키즘의 관점에서 볼 때는 유치한 유아적 사고에 불과했다. 그들의 눈은 더 큰 규모의 세계적 혁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국가와 민족, 사회적 신분과 계급등으로 나누어진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을 받지 않는 원대한 평등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그들에게 민족주의는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원대한 이상에도 불구하고 아나키즘은 역사의 그 어느 토양에서도 그 꽃을 활짝 피울 수 없었다. 너무 이상이 큰 탓일까? 아니면 그들의 전제에 모순이 있음에 분명한 탓일까? 그도 아니라면 그 이상을 실현하는데 사용된 폭력적인 태도때문일까?

 

현실을 돌아 볼 때 아나키즘이 현대의 역사에 닻을 내리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에도 그 영향은 여러 방면에 남아 있다. 오늘날에도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고 이를 실현하고자 투쟁하는 사람들은 아나키즘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진영에 대립하여 진보적 태도를 보이는 진영이 바로 그러하다. 점점 심각해지는 여러가지 불평등문제를 직시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다. 환경문제, 인권문제, 노동문제, 여성문제...

 

아나키스트는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낭만파... 인간의 손으로 결코 이룰 수 없어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비록 그것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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