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dy Long Legs  진 웹스터 지음/ 김양미 옮김 / 인디고

 

초등3학년인 딸 아이를 위해 샀던 책이다. 딸 아이가 2~3일만에 책을 다 읽고서는, 좀 어떠냐는 질문에 읽을만 하다고 하더니...과연 이 책에서 내가 받은 느낌과 나의 딸이 받은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기본적인 느낌은 비슷할 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생각을 디테일한 면을 보여주는 단서를 잡아내는 면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을까?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의 주인공은 고아원출신의 소녀 제루사 에벗이다. 제루사 에벗은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잘 표현하며 명랑하고 당찬 모습으로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쓴다. 또한 보다 무거운 주제인 행복, 사회주의, 교육, 종교의 문제들에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작가 진 웹스터가 제루사 에벗(주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행복이라는 문제에 시종일관 높은 가치를 두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사회주의 이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교육의 가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데 있는 것임이, 제루사에벗의 편지에 잘 나타난다. 하지만 종교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태로를 나타내면서,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종교에 의해 강요당한다는 느낌이 싫었을까? 아니면 교회내의 분열과 다툼에 염증을 느낀 걸까? 아니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하는 진취적인 모습보다는 종교적 기반을 둔 운명, 체념등의 종교적 태도가 비록 신에 대한 믿음, 기도등으로 위장되어 있지만 그것들이 스스로의 삶과 그로부터 얻어지는 행복을 방해한다고 느꼈기때문일까?

 

제루사 에벗은 고아원출신의 여자 아이로서 추억에 남을 만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생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밝은 모습을 시종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의 작은 행복들을 쌓아가며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정작 중요한 건 엄청난 즐거움보다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자세랍니다. 전 행복해지는 진짜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에 얽매여 후회하며 산다거나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내는 거죠. 순간 순간을 즐기고, 즐기는 동안 은 제가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인식할 거예요.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을 산다기보다는 경주하고 있을 뿐이예요. 지평선 멀리에 있는 목표에 도달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죠. 한창 헉헉대며 달려가느라 아름답고 평화로운 전원 풍경엔 눈길 한 번 못 주고 말이에요. 그라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늙고 지혔으며 목표에 도달하고 안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전 위대한 작가가 못 되더라도 길가에 앉아 작은 행복을 쌍하 올리기로 마음 먹었어요"

 

정신없이 앞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삶은 비슷한 것일까?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를 살았던 진 웹스터가 그의 분신이 에벗 제루사를 통해 이야기한 것이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똑같으니 말이다. 그래. 삶을 살아가면서  멈추어 하늘과 숲을 바라보며, 밝은 햇살가운데 살아있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사치일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의 나의 삶은 어떤 행복의 빛으로 가득차 있는걸까? ...너무 낭만적인 생각인가? 현실을 외면한 이상의 세계에 빠져있는 걸까? 하지만 가끔은 멈추어 서서 자신과 주위를 돌아 보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되리라.    

 

행복에 대한 주디의 생각은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또한 현실에서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은 결코 행복을 방해할 수 없다. 그렇게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그 어느 것도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제루사 에벗의 생각이다. 

 

"고아원에 제 사랑을 전해 주세요. 진심 어린 사랑을요. 시간이 흘러 어렴풋이 돌아보니 고아원 시절도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처음 대학에 들어 왔을 때는 다른 아이들이 누린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안 그래요. 고아원 생활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으로 생각되거든요.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된걸요. 어른이 된 지금, 전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란 사람들에게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답니다. 전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자아이들을 많이 알아요. 그 애들은 행복에 익숙한 나머지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두뎌져 버렸지만, 전 매 순간 제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온전히 느낀답니다. 그리고 아무리 속상한 일이 생겨도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거예요. 그일을 (치통이라 해도) 재미있는 경험이라 여기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내가 어떤 하늘을 이고 있든, 나에게는 모든 운명과 맞설 용기가 있다.'는 말처럼.

 

삶에 대한 긍정적 마음은 행복에 가까이에 있다. 제루사 에벗의 키다리 아저씨는 바로 옆에 있었다. 제루사 에벗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저비도련님이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사실은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제루사 에벗(주디)는 오랫동안 은인인 키다리 아저씨를 만날 것을 고대해 왔다. 그것을 간절히 원했었다. 하지만 정작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의 주위에 있었다.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 먼 미래에 있지 않으며, 바로 지금 자신의 주위에 있다는 것. 진 웹스터는 시종일관 그 점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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