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토지"
"박경리"라는 이름과 그녀의 소설 "토지"를 들어본 것은 오래 전 일이다. TV에도 대하드라마로 방송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지 않는 바이지만 어쩐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왜일까? 작가가 여인이라서? 글쎄...
도서관에 잠깐 들러 여윳시간에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다가 그냥 꽂아두고 나온 적이 있다. 수학과 과학관련 서적을 주로 읽다가 다른 분야의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읽었던 것인데, 그 뒤 다시 도서관을 찾았을 때 한국소설이 꽂혀있는 서가에서 꽤 시간을 보내면서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 보았다. 그 때 눈에 들어왔던 것이 "토지"였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1부에 해당하는 4권을 빌려와서 읽기 시작하였는데...첫째권은 별 재미가 없었는데 아마 이야기를 꾸려가기 위한 여러 상황들을 설정하는 과정이 좀 지루했다. 단지 구천이의 등장이 심상찮아 최참판댁과 무슨 모종의 관계가 있을 듯 하여 계속 나의 관심의 끈을 조금 잡고 있었다. 주로 이야기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최치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이전에 내가 읽었던 교양과학서적들은 물리적인 세계를 설명하는 것들이었다면, 토지와 같은 소설류는 인간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들이리라. 양반이나 상놈이나, 사람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일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존재에의 욕구, 애욕의 표출, 소유에의 집착, 생명의 갈구...어쨌든 먹고 사는 것때문에 아우성, 사랑과 질투의 집착과 비루함, 빗나간 욕정, 부와 권력에 대한 무서운 욕구...배부르고 등 따슬 때와 배고프고 추울 때의 두 얼굴, 양반네도 상놈들과 같은 욕구과 애욕을 가지고 있거늘..
나는 어떤 존재란 말인가? 사람이 똑 같은 사람이 있겠느마는...다양한 인간 군상들중, 누가 있을까? 최치수, 문의원, 김훈장, 용이, 윤보, 평산, 칠성, 두만, 김개남, 강포수, 조준구, 이동진, ....여인네들에는 윤씨 부인, 귀녀, 두만네, 봉선네, 강청댁, 임이네, 월선이, 삼월이,...이 인물들은 토지의 초반부에 나오는 일세대인물들이다.
토지는 전 21권으로 이루어진 동학혁명에서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50여년 이상의 역사적 흐름을 가지고 있어, 2세대 인물들도 나온다. 서희, 용이의 아들 홍이, 평산의 아들 거복이와 한복이, 강포수의 아들 두메, 조준구의 곱추아들 병수, 이동진의 아들 이상현....그리고 2세대를 거쳐 3세대의 인물들도 나오는데, 대표적 인물이 이상현과 기화의 딸인 ...? 그리고 서희의 아들 환국이와 윤국...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속에 역사는 이루어 진다.
독립을 위한 투쟁은 누굴 위한 것이었는가? 치수가 만주로 떠나는 동진에게 묻는다. 왕을 위한 것이라...이것도 아니고, 백성을 위한 것...이라 하기도 그렇고, 강산을 위한 것이라고 해두지....독립을 위한 삶도 하나의 삶,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해야만 했었는데...뒤에 남겨진 가족은 어떡하고...
식민치하의 지식인들의 고뇌, 어쩔 수 없는 절망감에 방황...
일제의 수탈정책, 막바지에 이른 전쟁이 필패임을 보여주는 증상들, 발악하는 일제... 그 와중에서도 다가올 일제의 패망을 읽지 못하는 지식인들...과연 그들은 일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단 말인가?
근 2-3개월간 토지를 손에서 떼지 않고 읽었다. 어려운 부분, 쉬운 부분, 지루한 부분, 흥미있는 부분, ...여하튼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않고, 여기서 저기로...카메라의 이동이 급격하여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눈에 들어온다. 작가의 심정이나 생각들이 폭우처럼 솟아져 나오면서 때론 거칠게, 때론 싱그럽게
깊고 푸른 섬진강물길을 바라 보고 싶고, 그 무대인 평사리에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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