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우수가 지났다.

지난 2월 초 아직도 겨울 바람이 차가울 때, 문득 달력을 보니 입춘이었다.

겨울 속의 봄, 하지만 이제 봄의 문턱을 넘어섰구나 하는 기분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듯도 했다.

이제 우수 경칩이 지나 춘분이면 완연한 봄일테지라고 생각했었다.


두 손 호주머니에 찔러놓고
자라목하며
종종걸음치던 날들
바람에 속절없이 흩어지던
하얀 입 기운은 공중에 얼어 붙는다


처마 끝에
자라던 겨울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문득 넘겨 본 달력은
봄의 문턱에
깜짝 놀란다.
입춘이다


이제
눈 꽃이 떨어지고
새 꽃이 피면
그 땐 정말 봄일거야


현대 사회가 농경 문화를 하나 하나 벗어버리면서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과 뗄래야 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아주 멀어져 버렸다.

24절기. 

예전에는 어찌 그리 외우기가 어려웠었는지,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정겨워진다. 

예스러운 입춘, 우수, 경칩과 같은 말들이 멋져 보인다. 


이제 24절기를 한 번 외워보자. 좀 쉽게 뜻을 풀어서...


봄이 오면(입춘立春)
눈과 얼음이 녹아 비와 물이 되고(우수雨水 )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깜짝 놀라 잠 깬다.(경칩驚蟄)


봄이 깊어지면(춘분春分)
공기는 맑고 깨끗해지고(청명淸明)
곡식을 자라게 하는 비가 내린다(곡우穀雨)


여름이 오면(입하立夏)

보리 알곡 알차니 작은 수확이지만 거둬들이고(소만小滿)

새로운 수확을 위한 파종을 잊지 말아야 한다네.(망종亡種)


여름이 깊어가면(하지夏至)
작은 더위(소서小暑 )
큰 더위가 찾아 온다.(대서大暑)


가을이 오면(입추立秋)
여전히 남은 더위가 서서히 사라지고(처서處暑)
하얀 이슬이 내린다.(백로白露)


가을이 깊어지면(추분秋分)
차가운 이슬이 내리고(한로寒露)
서리도 내린다.(상강霜降 )


겨울이 오면(입동立冬 )
작은 눈(소설小雪)
큰 눈이 내리고(대설大雪)


겨울이 깊어지면(동지冬至)
작은 추위(소한小寒)
큰 추위가 닥친다(대한大寒)


이제 입춘지나고 우수도 지났으니 곧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올 것이다.

겨우내 찬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가지들은 작은 꽃봉우리를 내밀고 있다.

동백꽃은 벌써 성급히 터진 놈도 있고,

어린 매화들이 마른 가지에 하얗게 바람에 흔들린다.

산수화도 아주 어린 놈들이 노란색 머리를 내밀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한 번의 봄이 주어졌으니, 봄 날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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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약졸(노자): 최고의 기교는 졸렬한 듯하다.

 


최고의 기교로서의 졸렬함은 유치함과는 다르다. 그 졸렬함에는 단순 소박함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아름다움이 있다. 수학자들이 가장 아름다운 수식으로 꼽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그러하고, 아인쉬타인의 그 유명한 공식이 그러하다. E= mc²

최고의 경지는 꾸밀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 꾸미려 하지 않는다. 최고의 경지는 강요하지도 않는다. 자연은 꾸미려 하지 않고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줄 뿐... 꽃이 필 때가 되면 꽃이 피고, 때가 되면 그냥 진다.

자연은 무심하고, 감동을 주려는 일말의 의도도 없건만,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면, 피어 있는 꽃을 보면, 온 산 가득한 단풍을 보면, 까만 밤하늘 수놓은 별들을 보면 절로 입이 벌어지며 탄성을 발하게 된다.'이야기도 없고 말도 없고 그 목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그 감동은 깊고 그 여운은 길다. 그렇게 조물주는 최고의 기교로 자연을 만들었다.

시편 19: 1-4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알리고 창공은 그분의 손으로 하신 일을 선포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말을 쏟아내고 밤이면 밤마다 지식을 알려 줍니다. 이야기도 없고 말도 없고 그 목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그 소리는 온 땅에 퍼져 나가고 그 소식은 사람이 거주하는 땅의 끝까지 퍼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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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은 마지막 기력을 다 쥐어 짜내듯 처절하게 피를 토한다. 풍성했던 가지는 앙상하게 메말라간다. 차가운 길가에 널부러진 잎들은 서서히 바스라지고 있다. 지난 봄에 속살처험 연하게 돋아난 잎이 집 떠나 길 잃은 청춘처럼 이리 저리 쏠리고 있다. 떠나는 가을의 뒷모습을 잡으려는 손짓은 하릴없다.   

 

저물어가는 가을 날에 영화 <봄 날은 간다>를 보았다. 헤어지자는 여자의 말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하고 묻는 남자의 말은 이 영화의 유명한 대사이다. 이 작품을 만든 허진호 감독의 심중은 어떨까? 아마도 '사랑은 봄 날과 같다. 봄 날이 가는 것처럼 사랑도 가버린다. 그리고 다른 봄 날이 오는 것처럼 또 다른 사랑이 찾아 온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은 왔다가 가고, 또 다른 사랑이 온다는 감독의 의도를 보여주는 세가지 코드를 찾았다. 첫째, 제목 <봄 날은 간다>! 사랑은 봄 날과 같다. 겨우내 가지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싹들이 새 봄을 맞으러 설레는 마음으로 머리를 내미는 것처럼 사랑도 그렇게 두근거리며 시작된다. 그러나 꽃이 피고 지고, 잎의 색깔이 짙어가면 설레임은 익숙함에 자리를 내어준다. 봄 날은 이렇게 지나가고 만다. 사랑도 그저 봄 날처럼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두번째, 소리채집. 사랑은 기억속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소리와 같다. 함께 소리 채집 여행을 하면서 남자와 여자사이의 사랑이 싹튼다. 남자와 여자는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 소리를 채집하고 있다. 대나무 숲과 바람의 만남은 처연한 소리의 아우성이다. 대나무 숲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한 바람은 대나무 숲 위를 불어댄다. 대나무는 끝에 걸린 바람을 놓치지 않으려한다. 그러나 바람은 머물지 않는 것을, 그냥 스쳐지나가야만 하는 운명인 것을. 바람을 놓친 대나무 숲은 바다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바람이 대나무 숲을 스치며 내는 소리가 대나무 숲에 가득하다. 남자와 여자는 대나무 숲에 말없이 앉아 흔들리는 대나무 끝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는 동안 대 숲의 바람소리는 음향기기에 담긴다. 

 

산사의 한 밤에 눈이 내린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여자. 남자는 여자를 깨우지 않으려고 혼자서 조용히 마루에 걸터앉아 한 밤중 산사의 눈 내리는 소리를 담고 있다.  여자도 가만히 마루에 앉는다. 그리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인 양 흩날리는 눈을 바라본다. 눈은 먼 곳의 여인의 옷벗는 소리처럼 내리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고요함 속에 잔잔한 설레임이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소리를 담으려는 몸짓은 안타까운 아름다움이다. 봄 처럼 가버리는 사랑을 잡으려는 남자의 몸짓도 그렇다. 개울가의 물소리를 채집하던 남자는 여자가 흥얼거리며 소리를 듣고 음향기기에 담는다. 여자의 노래소리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세번째, 이별이다. 여자는 이미 사랑을 믿지 않는다. 아픈 상처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여자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시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남자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 사랑은 덧없이 지나간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나 봄 날이 가면 그도 아마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은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사랑은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이 찾아 온다는 것을.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이 흐려진다. 여자를 떠나 보내는 남자의 눈에는 물기에 젖어든다. 

 

헤어진 남자와 여자. 사랑은 지나가고 추억은 남는다. 여자는 종이에 베인 손가락을 머리위로 쳐들고 흔들다가 문득 그 남자를 추억한다. 남자는 바람부는 갈대밭에 혼자 서서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갈잎의 소리를 듣고 있다. 감은 눈 망막은 아마도 추억을 더듬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랑이 찾아 올 때까지는 이 추억으로 버텨야 한다.   

 

영화 곳곳에 허진호감독의 섬세함이 배여있다. 한 번 더 보고 싶다.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니 무엇보다도 감독의 섬세한 감성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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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가을은
꽃보다 단풍이 사무친다
꽃은 홀로 아름답고
단풍은 함께 조화롭다 
 
떨어짐이 패배라면
낙엽은 아름다운 패배 
 
떨어짐이 죽음이라면
낙엽은 장엄한 죽음 
 
노을은 다음날을 약속하고
낙엽은 봄날을 준비한다. 
 
낙엽은
몸 바쳐
훗날을 기약하는
가을의 사랑이다

 

2015-10-21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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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가만히 서서

 

가만히 서서 눈 감고 귀 기울이면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된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피부 위로 살랑거리는 바람에
선듯 선듯한 목덜미
스르르 떨어지는
갈잎의 몸부림에
소스라친다.


가만히 귀기울이면
 
기슭을 희롱하는 물결 소리
멀리 짝을 부르는 산새의 지절거림
풀잎 뒤에 숨은 산벌레들 속삭임
쏴 하며 잔 가지를 몰고 가는 바람 소리
귀바퀴에 부딪힌다.


가만히 서서 눈감고 귀기울이면
 
여름이 지나간
숲 속엔
가을의 숨 소리 찰랑거리고
가을 숨 바람 서늘히 흐른다.

 

 

* 가까운 숲 속 길을 찾아서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숲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또한 물가에 접한 숲은 물소리까지 들립니다.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면, 평소에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귀속으로 들어 옵니다.

바람 소리부터 시작하여 자연의 소리가 들립니다.

혼자 가만히 서서 숲의 속삭임에 젖어 보는 것도

하나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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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서산 하늘을 불태우는 노을이 
서서히 짙어 갈 때면
부엌 아궁이엔 장작불이
타닥 타닥 붉게 타들어가고
초가집 굴뚝엔 밥 짓는 연기가
하얗게 피어 오른다. 
 
하릴없이
마을 위를 떠돌던 연기는
물처럼 안개처럼
산골짝을 천천히 감아 흐른다.  
 
아궁이를 지키는 여인네의 손은
나무가지를 쥔 채 불속을 뒤적거린다.

사위가 어두워질수록
불길은 한층 맹렬하게 

타오르고
여인네의 눈은 이미
널름거리는 불꽃속에 무심히 빠져들었다.   
 
날아 오른 불티가 허공속에 사라지듯
하루의 피곤과 세상 모든 근심이
무심결에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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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진군으로 동장군은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나고

봄은 마른 나무 가지에 꽃으로 잎으로 자취를 남긴다. 

동장군의 혹독함에 모든 나무들이 헐벗어

숨을 죽이며 이 나무가 저 나무인 듯, 저 나무가 이 나무인 듯 하였지만

봄으로 피어나는 꽃은 꽃나무의 존재를 드러낸다. 

봄 꽃은 한꺼번에 일제히 피어 봄의 도래에 환성을 지른다.  

 

봄의 기운이 성숙하여 여름날에 다가가면서

붉은 장미꽃을 필두로 여름 꽃이 고개를 내민다. 

봄 꽃과는 달리 여름 꽃은 하나 하나 피어나는 듯 하다. 

 

어느날 정원에 새로운 꽃이 피어있다. 

잎만 보고 꽃 나무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꽃이 피기까지는 그런 꽃 나무가 있었는지도 몰랐었는데,

비로소 꽃이 피니 거기에 꽃나무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꽃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소리없는 함성이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모두 꽃으로 피어

무심했던 눈길을 부른다. 

나 여기 있소.

 

깊은 산골짜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핀 이름 없는 들풀조차

때가 되면 꽃을 피워 존재를 알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꽃을 피워

나비와 벌을 불러 들이니

꽃은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존재를 드러내는 외침이다. 

 

나비와 벌처럼 꽃을 본다. 

나비와 벌은 꿀을 찾아 꽃을 보지만

나는 꽃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네 인생이 아무리 초라하고 그 존재감이 없을지라도

언젠가는 자신만의 꽃으로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두들 거기에 누군가 있었음을 알게 될 날이 올테지..

 

하지만 존재를 꽃피우지 못하면 또 어떠리

그것도 하나의 소풍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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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김영우의 <다산, 그에게로 가는 길>에서 발췌 정리 

 

■ 당파의 발생과 당쟁

임진왜란에 앞서서 왜란의 발발 위험이 있다고 본 당파는 서인이었고, 왜란의 발발 위험이 없다고 본 쪽은 동인이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동인은 전쟁을 극복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이후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갈라지는데, 유성룡이나 이순신은 남인 계열이었다.

북인은 의병활동을 통해 나라의 위기 해결에 기여한다.

선조의 아들 광해군이 전쟁을 마무리하면서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광해군은 후에 북인의 지지를 받아 집권하게 된다.   

광해군 때는 북인의 일당 독재 체제였다. 북인이 추앙하는 사람은 진주를 기반으로 하던 남명 조식선생이다. 남명은 퇴계와 쌍벽을 이루고 있던 야인 유학자이었다.

북인 정인홍은 당시 거유인 퇴계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조식을 문묘에 올리자고 주장하나 이 요청은 수락되지 않고, 이후 정인홍의 권력도 위축된다.

이후 서인이 주도하고 남인이 동조한 인조반정이 성공함으로 북인은 몰락하고 만다.

연립정권을 구성한 서인과 남인은 자주 충돌하게 되는데, 북벌론이나 예송 논쟁이 그것이다.

당시 서인의 영수는 우암 송시열이었는데, 서인은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노론과 송시열의 제자 윤중을 중심으로한 소론으로 분열된다.

남인은 왕권을 강화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고, 노론은 신권을 더 중시하는 입장에 있었는데,

이로 인한 입장 차이가 예송논쟁의 격화에 원인이 된다. 왕의 예법을 신하의 예법과 동일하게 볼거냐, 아니면 왕은 특별한 존재이니까 신하의 예법과는 다르게

볼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에서 별 역할을 못한 서인은 율곡의 십만양병설이나 오랑캐 나라 청나라를 정벌해야 한다는 북벌론으로 자존감을 높이려 한다.

북벌론의 결과 서인은 청나라의 발달한 문물을 수용하지 못하게 된다.  

 

■ 성리학의 이기론이란?

조선시대를 지배하던 유교 사상은 성리학이다. 송나라의 주자로 부터 시작된 성리학은 조선의 이퇴계에 이르러 그 꽃을 피우게 된다. 이퇴계는 '해동주자'란 별칭으로 불릴 만큼 주자를 따랐던 조선 최고의 유학자이다. 성리학의 이기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과 기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하는 이론이다. 눈에 보이고 형체로 드러나며 운동하는 것을 '기'라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새가 알을 낳는 것, 나무에 꽃이 피는 것, 이런 것이 모두 기의 작용이다. 그러나 새가 알을 낳기는 하지만 타조가 참새 알을 낳을 수 없는 것이고, 배나무에 꽃이 피지만 배나무에 사과 꽃이 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듯 타조는 꼭 타조 알을 낳고, 배나무에는 배꽃이 피도록 만들어 주는 어떤 원리나 법칙, 어떤 현상의 근거가 되는 것을 일컬어 '리'라고 한다. 

 

■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이기론

여기서 기를 더 강조한 것이 기발설, 이를 강조하는 것이 이발설이다. 퇴계 이황은 사단과 칠정이 모두 감정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사단은 완전히 선한 감정이기 때문에 '리'에 속하고, 칠정은 선악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감정이기 때문에 '기'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사단을 '리'가 발현한 것이며, 칠정은 '기'가 발한 것이다. 사단은 <맹자>에 나오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가리킨다. 칠정은 '희노애구애오욕'으로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을 말한다.  

 

퇴계보다 36년 늦게 태어난 율곡 이이는 퇴계의 이론에 반론을 제시한다. '리'는 원리이니까 이건 '기'처럼 운동하는 것이 아니며, 운동을 하지 않으니 발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기'는 운동을 하지만, '리'는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운동할 수 없는 '리'가 발현한다는 퇴계의 설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퇴계가 사단과 칠정을 리와 기로 구분하는 데 치중했다면, 율곡은 기는 운동하지만 리는 운동할 수 없다는 것을 가지고 퇴계의 이발설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퇴계로서는 리와 기를 마음의 본성의 문제에 국한시켜 말한 반면, 율곡은 리와 기에 대한 규정을 들어 퇴계설을 바판한 것이다. 퇴계가 주로 인간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이와 기를 이해하고 있다면 율곡은 리와 기를 존재의 문제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퇴계의 '이기이원론'과 율곡의 '이기일원론'이 나오게 된다.

 

■ 정약용의 유교 사상

정약용은 실학자이기에 앞서 유학자였다. 그는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의 영향을 받아 리와 기를 달리 해석하였다. 율곡은 운동을 하느냐 안하느냐를 가지고 리와 기를 설명했다면, <천주실의>에서는 자랍성을 가지고 판단했다. 기는 자립적인 존재이고, 리는 그 자립적인 존재의 속성으로 보았다. 성리학에서는 최고의 존재 원리였던 리가 기의 속성으로 전락한 것이다. 리가 기의 속성이라면 운동의 주체는 기가 된다. 그러므로 기발은 성립하지만 리발은 성립할 수가 없다. 움직이는 것은 주체일 뿐, 속성은 그 주체를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약용은 율곡의 기발설에 더 가깝다고 보여진다. 

 

정약용의 철학을 말하라고 한다면 아마 성기호설쯤 될 것이다. 성리학은 본성이 리라고 본다. 성기호설은 본성을 리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기호라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기호설에 따르면 본성이 성향을 따라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굳센 의지, 구체적 실천, 이런 것이 종요하다. 성리학은 천(하늘)도 '리'라고 한다. 정약용은 천(하늘)은 '리'가 아닌 절대적 인격자인 상제(하느님)로 보았다.

 

정약용은 현실과 동떨어진 채 내면의 인격만을 도야하는 것은 유학자의 수양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수기(자신을 닦는 것)이 반이고 목민(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반이라고 주장했다. 성리학의 내면의 수양으로는 수기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목자된 자의 윤리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약용의 주장이었다.

 

성리학을 비판하던 다른 실학자들과 정약용의 실학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약용은 이전 것을 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던 고전적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윤리적 수양론을 만들어 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박지원이나 박제가와 같은 북학파 실학자들은 청나라의 문물을 수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새로운 것으로 기존의 것을 대체하려 했다. 그들에게는 과거와의 연결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약용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전통을 재검토하고 그 바탕위에서 새로운 비전을 열려고 했다. 이런 점에는 정약용은 동양 지성사나 한국 사상사와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인물인 것이다.

 

정약용이 여러 실학자 중 한 사람이라는 말은 어떤 점에서는 맞지만 경학 연구를 놓고 볼 때, 학문적 전통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거기서 출발한 것으로 보면 정약용은 분명히 실학의 중심인물이고 실학을 집대성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 정약용의 실학사상

박지원은 정약용보다 서른 살 정도가 많으며, 박지원은 노론의 자제로 당색도 달랐고 서로간의 교유가 없었다. 박제가도 정약용보다 10년정도 빠른데, 화성이 벽돌로 만들어 진 것은 박제가의 공로가 크다고 한다. 박제가의 <북학의>에 보면 벽돌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학자는 경세치용학파와 이용후생학파등 두 파로 나누어진다. 경제치용학파는 농업중심의 개혁론을 주장했으며, 이용후생학파는 청나라의 문물을 적극 수용하여 부국강병과 이용후생에 힘쓰자고 주장했다. 정약용은 경세치용학파로 반계수록의 유형원, 성호 이익의 뒤를 잇는 실학자이었다. 한편 이용후생학파에는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이덕무등이 있으며 이들은 북학파로 알려져 있다.  

 

 

■ 정약용의 삼근

황상이라는 정약용의 제자가 배움을 중단하려 하면서 스승 정약용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가지 병통을 언급하였다. 

1. 머리가 둔하고

2. 앞뒤가 꽉 막혔고,

3. 분별력이 없다.

 

정약용은 황상에게 배우는 사람에게 있는 세가지 병통을 이야기해 준다.

1. 기억력이 좋은 병통은 공부를 소홀히 하게 하고

2. 글짓는 재주가 좋은 사람은 가벼이 들떠 허황한 대로 흐르게 하고

3.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깊이 공부하지 않아 거칠게 된다. 

 

그런데 황상에게는 이와 같은 세가지 병통이 하나도 없음을 지적하면서 "머리가 둔하지만 공부를 파고드는 사람은 식견이 넓어지고, 앞뒤가 막히나 그것을 뚫는 사람은 흐름이 거세어지며, 분별력이 없으나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빛이 난다. 이 세가지는 모두 부지런해야 가능하다. 부지런히 한다는 것은 마음을 확고히 하는데 있다. 이렇게 즉 네가 부지런히만 공부한다면 네가 생각한 병통들이 오히려 너의 장점이 될 것이다." 라고 조언한다. 황상은 이 말을 깊이 간직한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 그러려면 마음을 확고히 하라." 마음을 확고히 하라는 듯의 '병심확'과 부지런히 하라는 '삼근'이 여기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 정약용 연구 정약용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1930년대 조선학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운동의 일환으로 정약용 서거 100주년에 맞추어 정인보, 안재홍, 최익한의 주도로 정약용의 저술을 모아 <여유당전서>를 발간한다. 정약용은 이 세사람에 의해 조선 실학의 집대성자로 평가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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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 때도 그랬듯이

 갈 때도 그렇게

후다닥

바람처럼 피어나

바람으로 진다.

 

 

 

 

 

 

 

 

 

 

 

 

연분홍 꽃잎

진분홍 꽃 받침

초록 잎새

비 내려 유난히 

까만 줄기

 

 

 

 

 

바람에

산산히 날리는 

절정

 

진 꽃잎 자리

아쉬움만

진하게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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