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스콧피츠제럴드 / 김태우 옮김 / 을유문화사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에서 우리는 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 부유층의 삶의 모습들을 보게된다. 그것은 삶의 의욕을 서서히 죽이는 황폐해져가는 모습들이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상실된 세대의 삶은 잿빛 계곡과 같은 절망의 색조를 띠고 있다. . 

경멸스러운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톰 뷰캐넌은 아름다운 아내 데이지가 있음에도 윌슨머틀과의 내연관계에 빠져든다. 또한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파티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은 개츠비에 감사함은 커녕 그의 뒷소문에 열광한다. 그들 모두는 개츠비의 죽음에 모두들 모른채 등을 돌려버리는 비정한 세대이다. 개츠비의 사랑 데이지도 그의 죽음을 외면해 버린다. 숭고해야만 할 사랑마저도 개츠비를 져 버리는 것이다. 오로지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집념적인 사랑이 돋보일 뿐, 모두가 잿빛 모습들이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사랑은 엄청난 에너지의 원천이다. 가난으로 인해 데이지와 헤어지게 된 그는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를 쌓아 올린다. 그 부의 축적과정이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지만 정황적인 증거로 볼 때 도덕적이거나 합법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하다. 그는 데이지를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기위해 데이지가 사는 지역 부근에 대저택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녀의 자연스러운 관심을 끌기위해 그 지역사회에 아주 널리 소문이 날 사교 파티를 개최한다. 또한 데이지와의 만남을 주선해 줄 수 있는 데이지의 사촌인 캘러웨이에게 접근한다. 결국 데이지와 만나게 된 그는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는 데이지와의 사랑을 이루기위해 톰과 단판을 짓는다. 혼란에 빠지 데이지는 운전중에 자동차로 뛰어든 톰의 정부인 윌슨머틀을 치게된다. 개츠비는 자신이 데이지를 대신할 것이라 결심한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때문에 개츠비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이 비극적 죽음의 배후에는 톰과 데이지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데, 사실 데이지의 배신은 충격적이다. 아프다. 사랑을 배신한 것이기에....

 

<위대한 개츠비>...개츠비는 정말 위대한가? 무엇이 그를 위대하게 만드는가? 나 자신은 개츠비가 위대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인 피츠제럴드는 그다지 위대해 보이지 않는 개츠비를 왜 위대하다고 불렀을까? 여기에 작가의 위대한 통찰력과 재치의 번득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츠비가 죽기전에 캐러웨이가 개츠비에게 남긴 말은 여기에 빛을 던져준다.  

"They are rotten crowd," I shouted across the lawn. "You're worth the whole damn bunch put together." I've always been glad I said that. It was the only compliment I ever gave him, because I disapproved of him from beginning to end.

 

개츠비는 경멸스러운 인간이었다. 캐러웨이도 개츠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경멸스러운 개츠비가 위대한 개츠비로 보일 정도로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더 경멸스러웠다. 그래서 캐러웨이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츠비를 향해 "당신은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것은 그의 경향으로 볼 때 파격적인 찬사였다.

 

피츠제럴드는 가치관을 상실한 전후세대에 대한 지독한 경멸과 조롱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리라. 이것을 해 "위대한" 개츠비라는 반어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의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물론이거니 그의 비꼬는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라 판단된다.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나 자신 문학자도 아니요,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 나름의 방식으로 이 소설을 평가하자면, ....

훌륭한 작품은 그 구조가 아주 치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소설에서는 그냥 한 번 읽으면 그냥 흘려 버릴 수 있는 부분들이 뒷 사건과의 연관성 또는 암시등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꽤 있다. 그러한 부분들은 숨겨져 있는, 말로는 직접 서술되지 않은 상황들을 감지하게 해 주고 있다. 사실 피츠제럴드는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다만 부분적인 상황들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독자는 그 단편들을 모아서 하나의 스토리로 꾸며야 하는 입장에 있게 된다. 어떤 일본 작가는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은 사람만이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 ... 그 점에 백프로 동감이다. 독자 스스로 상황들을 연결시켜 가며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해 보이며 그냥 지나칠만한 미묘한 점들을 알아채려야 한다. 그러려면 그 정도는 읽어야 하겠지. 그렇게 완성된 <위대한 개츠비>를 볼 수 있을 때에만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데릭젠슨" 이 쓴 [네 멋대로 쓰라]라는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그는 글쓰기의 첫번째 덕목은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독자의 주의의 끈을 끝까지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한가지는 궁금증을 일으켜 놓고는 그 답을 보여줄 듯 보여줄 듯 하면서 계속 유보하는 것이란다. [위대한 개츠비]에 그러한 구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부분을 읽을 때 첫 느낌은 '어라...이 이야기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이지? 개츠비는 언제 나오는거야? 개츠비가 도대체 누구야?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아 계속 읽어 나가게 된다. 그리고는 조금씩 조금씩 개츠비에 대해 알게된다. 피츠제럴드는 한꺼번에 개츠비에 대한 것을 많이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호한 상태로 전달된다. 결국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대략적인 흐름은 알겠는데, 도대체 어찌된 상황인지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문득 깨닫는다. 사실 정보들은 내가 파악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어져 있었구나.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었을 뿐...  

 

피츠제럴드의 글쓰기는 너무 교묘해서 나를 놀랍게 한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신지????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판대의 다윈: 지적설계논쟁  (0) 2013.04.01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0) 2013.03.28
THE STREET LAWYER  (0) 2013.03.05
우동 한그릇/ 마지막 손님  (0) 2013.02.25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0) 2013.02.23

John Grisham

 

한 법률회사에서 발생한 인질극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사건의 범인은 사살되고 상황은 무사히 종료되지만, 이 상황으로 큰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자신이 속한 회사도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 사건은 노숙자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된다. 노숙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 주인공은, 자신이 도우려던 3명의 아이를 포함한 노숙자 가족이 동사하는 비극적인 일을 겪게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로 인해 그는 유망한 법률회사를 그만두고, 노숙자들을 돕는 일에 뛰어든다. 그리고 거대한 법률회사와의 무모한 싸움이 시작된다...

 

살아감의 의미를 찾은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현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엿보는 한 편, 나 자신의 살아감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0) 2013.03.28
<위대한 개츠비> 무엇이 위대한가?  (0) 2013.03.27
우동 한그릇/ 마지막 손님  (0) 2013.02.25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0) 2013.02.23
사기본기  (0) 2013.02.04

구리 료헤이 / 다께모도 고노스께 / 최영혁 옮김/ 청조사

 

활자중독인? 연체되어 10일간 도서대여금지란 철퇴를 맞고 보니, 읽을 거리를 찾아 집안에 책장을 이리저리 뒤져 본다. 어라 처음 보는 책인데...

집어든 책이 '우동 한그릇'이다. 그리고 '마지막 손님'이라는 작품도 함께 실려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속-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우동 한 그릇>을 주제로 삼아 일본인의 의식구조를 파헤쳤다한다.

일본경제 신문이 '울지 않고 배겨날 수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한 작룸이 바로 <우동 한 그릇>이다.  

저녁 늦게 세모자가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단 한그릇만을 주문하여 행복하게 나누어 먹는 가족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주인장. 해마다 그 날이 오면 그 가족을 기다리는데... 우동 한그릇에 담겨있는 감동적인 이야기

 

법정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서 <마지막 손님>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다.

빵가게에 일하는 한 소녀는 진정 손님에 대한 사랑으로 고객을 대한다. 늦은 저녁 문을 닫고 퇴근하는 길에 급하게 빵가게를 찾는 고객을 만난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가 먹고 싶어 하던 빵을 사기 위해 방문한 손님이다. 마지막 순간에 자기네 가게의 빵을 생각해 준 그 고객의 진심에 감동한 그녀는 그 고객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일본 사람 특유의 국민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일본 국민성의 부정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긍정적인 면도 사실은 가면을 쓴 위선적인 면모를 보여준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진솔한 마음을 지닌 일본인의 마음을 보여준다. 가면을 쓴 듯한 모습은 실상은 그들 일본인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이기때문에 30분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개츠비> 무엇이 위대한가?  (0) 2013.03.27
THE STREET LAWYER  (0) 2013.03.05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0) 2013.02.23
사기본기  (0) 2013.02.04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2  (0) 2013.02.02

김형경 지음/ 예담

 

GEB처럼 오랫동안 읽은 책도 없을 듯 하다. 거의 3주에 걸쳐 읽었다. 하권은 어떻게 읽나하는 걱정이 슬며시 들기도 한다. 덕분에 대출기한을 넘겨 근 10일간은 대출금지이다. 아쉽지만 집에 있는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집사람이 사놓았던 책을 들었다. 그 책이 바로 김형경의 <사람풍경>이다. 제목이 어쩐지 마음을 끌어당긴다. 처음 몇장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심리학 또는 정신 분석학과 맥이 닿는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작가도 여성임을 알게되면서 그 문체와 내용도 여성다운 면이 있구나 느껴진다.

 

김형경씨는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을 혼자서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한다. 친절한 사람들, 적대적인 사람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풍경을 그린다. 그러면서 그 풍경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또한 많은 예술작품들을 보면서의 느낌과 작가의 심리를 추적해 보기도 하고, 자신의 심리를 다시 돌아보기도 한다.

 

이 에세이의 첫번째 부분은 기본적인 감정들을 소개한다.

하나 - 무의식, 사랑, 대상선택, 분노, 우울, 불안, 공포

그리고 이어서 선택된 생존법도 소개한다.

둘- 의존, 중독, 질투, 시기심, 분열, 투사, 회피, 동일시, 콤플렉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가치들

셋-자기애, 자기존중, 몸사랑, 에로스, 뻔뻔하게, 친절, 인정과 지지, 공감, 용기, 변화, 자기실현

 

우리네 인간들의 거진 모든 행동들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이 무의식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감정들 및 이미지, 또는 억압되어 있는 것들이 일상생활에 어떻게든 투사되어 나타난다. 작가는 20대부터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관련 책을 읽었으며 실제 자신이 정신분석상담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던 많은 심리적 요소들을 여행중 만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관찰하게 된다. 또한 그들에 대한 자신의 반응에도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행동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 설명이 때로는 지나치다고 생각되며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더러 있다. 특히 친절을 논할 때, 보상심리나 방어기제로써 설명하는 지점에 있어, 모든 친절의 행동이 그런 것은 아닐터인데, 때론 심리학적 지식이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회를 보다 냉소적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읽은 내용을 나 자신에게 적용해 보기도 하며,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추어 보기도 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더 나아가 도대체 '나'란 무엇인가? 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일으키기도 한다. 

 

작가가 소설가라서 그럴까? 소설은 아니지만 나름의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걸까?  심리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초반부, 그리고 작가의 진단이 다소 진부해지며, 다소 나의 견해와의 갈등이 존재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긍정적이며 훈훈한 느낌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느낌이 드는 마무리.

 

그녀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심리를 치유할 수 있었다.

문득 이 구절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는 작품에서 싯다르타의 깨달음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성경에 나오는 사도바울의 말도 생각이 난다.

 

어떻던 모든 심리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전한 콤플렉스와 나르시시즘, 공포, 질투나 시기심,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들이 있기마련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들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며, 그것들을 조절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되었다. 작가의 말이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TREET LAWYER  (0) 2013.03.05
우동 한그릇/ 마지막 손님  (0) 2013.02.25
사기본기  (0) 2013.02.04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2  (0) 2013.02.02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0) 2013.01.25

사마천 지음/

 

사마천이 지은 사기는 음...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사기본기, 사기세가, 사기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사기본기는 주로 공식적인 왕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물론 여기에는 항우나 여태후와 같은 제왕이 아닌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긴하지만,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것이 사마천의 독특한 역사인식이라 한다. 즉 공식적 제왕은 아니지만 그들은 실질적 제왕의 역할을 했었다고 보는 사마천의 시각을 보여준다고. 어쨌든... 사기세가는 제왕의 아래에 있던 제후들의 역사, 그리고 사기열전은 제후들을 도왔던 여러 탁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이다. 이 세부분중 사마천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사기열전이라 하는데, 방대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지라 그 두께도 만만치 않고...아마 사기열전은 구입해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사기본기로 돌아와서... 그 다루는 내용을 보자면, 오제의 시대로 부터 한나라 효무왕에 이르기까지의 공식적인 역사기록인데...

오제본기, 하본기, 은본기, 주본기, 진본기, 진시황본기, 항우본기, 고조본기, 여태후본기, 효문본기, 효경본기, 효무본기

로 이루어져 있다. 초한지를 읽은 때문일까? 사기의 서술이 꽤나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그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음...학술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그다지 읽기를 권하고 싶지 않다. 단지 진시황으로 부터 시작된 통일 진제국에서 초한전쟁을 거쳐 한제국의 성립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게 들여야 보고 싶다거나, 진시황이나 항우, 또는 유방등이 인물에 대한 개략적인 서술을 보고 싶다면 차라리 그 부분만 발췌하여 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동 한그릇/ 마지막 손님  (0) 2013.02.25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0) 2013.02.23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2  (0) 2013.02.02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0) 2013.01.25
싯다르타  (0) 2013.01.23

이지성 지음

 

이지성 작가는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의 책으로 알려져 있다.

창 밖으로 봄 비 같은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베란다 문을 여니 봄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지는 날, 우산을 받쳐들고 쫓기듯 교보문고로 향했다. 그날 손에 잡힌 책은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2', 비내리는 풍경이 내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위인들은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읽고 들으면서 무엇을 찾아낼 것인가는 독자에게 달려있다. 단지 일독으로 책을 읽었다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면, 잃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생각하며 읽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 잃게 될 귀중한 것을 얻게 해 준다. 성공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들었는가? 책의 표면에는 나와있지 않은 점들을 캐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백독백습"이라는 것에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2번 읽기는 책의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상징들이나 돌출적인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일독을 통해 전체 주제 및 저술의 의도를 파악한 후 다시 읽을 때 저자의 저술의 의도 및 방향등이 눈에 들어온다. 간 본 길을 다시 갈 때, 세부적인 풍경등을 보다 자세히 유심히 살필 수 있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백독백습"은 책에서 제시하는 것들을 체화하고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독서방법을 추천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변화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인상적인 말, 감동적인 말등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그러한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읽고, 다시 읽으면서 책의 내용에 정통해 질 수 있다. 나자신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하면서 더욱 온전한 책의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인상적인 것은 홍대리의 멘토인 '지후'라는 작가이다. 자신이 읽은 책에 정통해 있었기에 상황에 적절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었으며,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예리한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 가는 능력이 부러웠다. 자신이 먼저 올바른 책읽기방법을 알고 실천했기에 그런 것이 가능했겠지. 아마 '지후'라는 사람은 작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임에 틀림없겠다.

 

마지막으로 천권읽기에 도전하도록 권유받은 홍대리,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0) 2013.02.23
사기본기  (0) 2013.02.04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0) 2013.01.25
싯다르타  (0) 2013.01.23
초한지   (0) 2013.01.14

버트란드 러셀/ 박상익 옮김 / 푸른 역사

 

이 책은 원래 <역사를 어떻게 읽고 이해할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1943년에 처음 선을 보였다가 1957년 <역사의 이해>라는 책에 대표 에세이로 재수록된 글이다.

 

일반적으로 시험을 위한 역사 공부, 또는 전문가를 위한 역사 강의등은 따분하고 재미가 없다. 그러나 러셀은 역사를 읽고 이해하는 것은 방법에 따라 재미나 흥미 더 나아가 쾌락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역사가 있다. 거시적 역사는 어떻게 세계가 오늘의 세계로 발전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미시적 역사는 흥미로운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켜 준다. 이 두가지 방법의 역사읽기는 읽는 즐거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러셀은 이 글을 통해 거시적 역사를 보는 방법과 미시적 역사를 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거시적 역사를 볼 때는 특히 역사의 거대한 진보의 시기인 세 시기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첫째, 농업이 시작되며 왕권이 강화되는 시기, 문자와 수학이 시작되며 건축이 시작된 시기

둘째, 위대한 문명, 그리스 문명의 시기

세째, 15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위대한 진보의 시기

 

<기록된 역사시대 전 기간을 통해 진보는 규칙이 아니라 예외였다. 그러나 일단 도래하자 진보는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진행되었다.>

진보의 시기에 초점을 둔 역사읽기는 흥미를 더해 줄 수 있겠다.

 

러셀은 역사철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단행하면서, 그 대안으로 역사과학과 인물연구의 방법을 역사 읽기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투스의 주요 주제는 유럽과 아시아의 충돌이다. 마라톤 전투, 살라미스 해전등... 아시와와 유렵의 충돌은 역사의 흐름에서 꾸준히 등장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헤로도투스의 주제는 유효함을 보여준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세련되고 정밀하게 다루고 있다. 운명, 정의 또는 필연이라 칭하는 거대한 비인격적인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모습을 서사시적 장엄함으로 묘사하고 있다.

 

<위대한 역사가들의 저술을 읽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전기와 회고록의 폭넓은 섭렵을 통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고 즐겁고 흥미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역사읽기의 최고의 쾌락은 우리가 특정시대를 좀 더 잘 알고 난 후에야 얻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때에 이르러서야 조각그림 맞추기 퍼즐에서 새로운 사실들 하나하나가 제자리를 찾기 때문이다.>  

러셀은 실제로 나폴레옹,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더, 예카테리나 여제등의 예를 통해 역사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제공해 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도 작은 일에 집착하는 인간일 뿐임을 그러한 세부사항을 통해 알게 된다고 말한다.

 

러셀은 역사의 흐름을 알아채는 것의 흥미를 소개하고 있다. 군사사, 경제사, 종교사, 조직사의 분야를 언급하면서 자신이 나름 흥미롭게 이해한 점들을 소개한다.

 

군사사에 대한 흥미로운 점들, 귀족을 몰락시킨 대포. 궁수는 기사들을 제압할 수 있고, 대포는 궁수를 제압할 수 있다. 기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봉건귀족들은 대포의 등장에 의해 그 세력이 현저히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 프랑스 혁명은 새로운 종류의 전쟁을 도입했다. 전 국민이  무언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전쟁,...2차세계대전의 영국처럼...정부형태로서의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을 전쟁에 참여토록 만드는 장점이 있다고... 또한 공업화와 전쟁의 판도...

 

경제사에 대한 흥미로운 점들...비범한 개인이 아닌 보통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경제 상황을 살았을까? 예를 들면 피라미드가 전설되던 시기의 이집트 농민들은 충분한 음식을 섭취했는가? 중세에 번영했던 상업도시의 평균적 주민은 얼마나 유복하게 살았는가? 산업혁명 이전의 농민의 삶은 산업혁명 초기의 공장 노동자의 상황에 비하면 어땠을까? 이러한 문제들을 흥미를 자아낸다.

러셀은 또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도시와 농촌의 대립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흥미롭게 살펴보도록 한다. 

 

러셀은 마르크스를 비판하면서 지성 또는 개인의 역사에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과학적이라 자처하는 사회학의 한 분야는 인간의 내적 심리나 동기를 탐구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사회를 관찰함으로  진정한 과학에 근거한 결론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반박한다. 역사에서 개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흥미있는 것 중 하나는 러시아 혁명에서의 레닌의 역할에 대한 러셀의 관점이다. 언젠가 읽은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카는 러셀과는 상반된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러셀은 레닌의 귀환이 러시아 혁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는 일개인이 그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정신 및 상황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때문에 그 어떤 개인들도 다만 그 물줄기에서 작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뿐이라고.... 또한 카는 역사를 공히 인정받는 과학의 위치에 올려놓고 싶어했다. 그는 자연과학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자연과학의 명확성과 객관성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내면서, 역사도 과학이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러셀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러셀과 카의 충돌이라...ㅋㅋ

선택과 가치판단이라는 제목하의 내용도 카의 주장과 비교할 만하다. 역사란 역사가가 선택한 사실들로 이루어 진다고 보았을 때, 그 선택과 가치판단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러셀은 <문화의 궁극적 가치는 과학 만으로 제공할 수 없는 선, 악의 기준을 제시하는데 있다>라고 말한다.

 

러셀은 종교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철학은 종교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에 의해 도입된 사상은 철학은 더 이상 세계를 이해는 정직한 시도가 아닌 도취를 통한 구원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사고 방식이 플라톤, 그리스도교 신학자, 그리고 이어 루소와 낭만주의자에게까지 이르렀다고 ...무슨 말인지???

아뭏든 그리스도교는 유대인으로 부터 받는 유산에 그리스적 요소를 채용하여, 성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철학을 그리스도교 사상의 필수요소로 삼았다. 그러다가 11세기~13세기 말까지 교회는 급속히 권력, 규율, 학문에서 실력이 향상되었다. 특히 학문적 측면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에 기인한 바가 큰 데, 그 당시는 플라톤의 영향아래 있었다. 아퀴나스는 아랍의 영향하에 아리스토텔레스를 선호함으로 정죄를 당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그의 발언은 가톨릭 교육기관에 의해 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후 14~16세기 교회는 대분열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마무리 되던 시점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종교개혁의 불길이 타오른다.  꺼질 듯 하던 가톨릭은 종교개혁과 그 이후의 도전에 생존하여 아직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직사...<그 조직들은 당신이 어느 정도, 어느 수준까지 당신의 독자적 관심사를 추구할 수 있을 지를 결정한다.>

조직은 공적인 목적과 사적인 목적 두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이 사적인 목적을 위한 조직의 부정적 활동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조직은 그 성질상 탈선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대학살, 박해, 마녀사냥등 종교조직의 이름하에 행해진 탈선들이 그러하다. <조직의 발전을 연구하되 우리가 고찰한 바의 악행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외적 개인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엔 미래가 없다.

 

정신의 시간적 영역을 확대해 주는 역사

<천문학은 정신의 공간적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면 역사학은 정신의 시간적 영역을 확대해 준다. 우리의 개개인의 삶은 종종 감정이 격앙되며, 때로는 참을 수 없으리만큼 고통스럽다. 그러한 개인적 격앙과 고통이 거대한 인류적 생애의 직극히 작은 단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균형감 있게 조감한다면, 피할 수 없는 개인적 불운을 견디기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영속적인 것을 분별하는 안목

<역사의 전망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사건과 어떤 행동이 영속적 가치를 갖는지를 좀 더 명료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수많은 사건들은 일시적으로 그것들이 갖는 진정한 중요성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흥분과 동요를 자아낸다. 반면, 가장 위대한 사건들은 높은 산의 정상과도 같이 저 멀리에서 삼라만상을 압도하고 있으면서도 가까이에서 펼쳐진 풍경에 의해 가려진다. 역사는 건전하고 침착한 판단력을 갖는 데 도움을 주어, 동시대의 사건들을 역사적 배경 속에서 바라보는 습관과 그것들이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상상하는 습관을 얻게 해 준다.

신학자들은 신이 모든 시대를 마치 현재인 것처럼 바라본다고 말한다. 우리 또한 지극히 제한된 수준에서나마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한,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지헤와 통찰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역사에 의해 사상과 감성이 확장된 인간은 후세에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러한 말로 러셀은 그의 글을 끝 맺는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깊이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부분-보다 상세한 역사적 사실들을 부가적으로 읽고 나서, 다시 읽었을 때, 비로소 그 내용이 이해되고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정리하기 위해 다시 살펴보면서, 러셀이 이 책을 쓴 의도와 그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는 어떻게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흥미롭게 읽으며, 그리고 실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읽을려면 말이다.

때론 거시적으로 때론 미시적으로...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통찰을 갖게 해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기본기  (0) 2013.02.04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2  (0) 2013.02.02
싯다르타  (0) 2013.01.23
초한지   (0) 2013.01.14
대학  (0) 2013.01.14

헤르만 헤세

 

헤세의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에서는 인생의 수레바퀴 아래서 신음하던 소년, 청춘의 방황기에 고뇌에 찬 소년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인생의 단계에 그 책을 읽었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나처럼 느껴졌다는 걸 다시 한 번 기억하게 된다. 

이렇게 헤세는 내 마음에 들어와 있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었지만 단지 '데미안'을 읽는 데 그쳤다. 그 당시에는 ...아니 지금도 그렇지만, 아직 '데미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한 상태였던 것 같다. 단지 길을 찾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보는 것같은 인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오십을 바라보며 헤세의 싯다르타를 집어들게 되었다. 그 청춘에 대한 회귀의 바람때문일까? 싯다르타를 읽으면서 다시금 청춘을 생각하고, 길을 찾는 젊은이가 되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의 작품에선 어딘가 젊음의 신선하면서도 앳된 느낌이 풍긴다. 그리고 아울러 편안한 느낌을 전해 준다.  그 옛날 10대의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하지만 오십대의 눈으로 바라본 '싯다르타'는 헛점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글에서는 구도자의 향기가 풍긴다. 젊은이가 구도의 길을 떠나고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해탈의 경지에 까지 이르러 참으로 평화로운 미소와 얼굴로 그의 친구를 바라보는 여정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싯다르타가 발견한 도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 일체이며 심지어 시간과 공간마저 초월하는 일체를 깨닫는다. 그 깨달음 속에, 자신도 그 일체의 하나이며, 그러므로 어느것도 미워할 필요가 없으며,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양의 리개념, 그리고 조로아스트교의 선과 악을 아울러 가진 신에 대한 신앙이 절묘하게 숨어있으며, 사랑을 갈파한 그리스도교의 사상도 함께 어울려져 있다고 평론가들이 평하기도 한다.

 

싯다르타...

루소의 작품 에밀에서는 한 수도자의 신앙고백이 나온다. 그 가운데, 회의와 의심속에서는 만족과 행복이 있을 수 없다는 한 수도자의 말이 생각난다. 이 말에 비추어 보면 싯다르타가 아주 평온한 미소와 얼굴을 보여주며, 열반에 도달한 고타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깨달음이 진실이라기 보다는 그 깨달음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싯다르타가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는데, 그 사랑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감정이나 느낌으로 느껴지는 사랑, 싫어하지 않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의미에서의 사랑...

 

헤세의 사랑은 적극적 성질의 것이라기 보다는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성질의 것인 듯 하다. 헤세가 살던 당시의 혼란스런 사회상황등은 극복하거나 타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체념의 성질을 지닌, 아니 체념이라기 보다는 더 적극적이긴 하지만,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평화와 평안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는 사상을 전해주는 듯하다.

 

어차피 모든 부조리와 악도 선한 것과 더불어 일체이며, 본질을 이루는 것이며, 하나라면 그 무슨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흘러가는 강물에게서 배우는 것처럼, 수시로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그 일체의 상황속에서 배운 것은 수용! 일체감! 동화!

그의 사상은 신비롭기는 하나, 그리고 평화롭기는 하나,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닌듯 하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2  (0) 2013.02.02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0) 2013.01.25
초한지   (0) 2013.01.14
대학  (0) 2013.01.14
에밀  (0) 2013.01.02

이문열의 사기 이야기 초한지 1~10권 / 이문열/ 민음사  2012/11/1~2013/ 1/14

 

초한지와의 길고 긴 전투는 이제 끝이 났다. 꽤나 오래 이 책을 잡고 읽었던 것 같다.

 

진나라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한 장량(장자방)의 이야기로 부터 초한지는 시작된다.

그리고 한제국을 세운 유계(유방)의 젊은 건달시절, 그리고 그들 따르는 소하, 번쾌, 노관 등의 가신들과의 관계

유방을 도와 제국을 건설하는데 큰 기여를 한 한신의 젊은 시절...

 

진제국에 최초의 반란을 일으킨 진승, 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항량과 그의 조카 항우의 반란, 강동 팔천을 필두로 거룩전투에서 피비린내나는 승리를 거둔 후 진나라의 장합과의 일전, 장합의 항복과 뒤이언 40만 진군의 생매장하게 됨으로 악명을 떨치게 되는 항우.

유방의 한군은 함곡관보다 상대적으로 경비가 약한 무관을 거쳐 관중으로의 들어가과 진왕 자영의 항복을 받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처를 취하여 민심을 얻는다. 한번 항우는 진제국의 주력과의 치열한 전투끝에 함곡관을 통과하여 함양에 진입하여 진왕 자영을 참수하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아 민심을 잃게 된다. 

 

범증의 제안에 따라 유방을 제거하기 위하여 홍문에서의 모임을 가지지만 구사일생으로 유방은 항우의 칼끝을 피해 탈출하게 된다. 유방은 항우에 이해 서쪽의 구석진 파촉의 왕으로 한중으로 쫓기듯 들게되고, 항우를 떠난 한신은 천신만고끝에 소하의 강력한 천거로 결국 대장군으로 봉해진다. 한신의 지휘아래 고도를 통해 파촉을 나와 삼진을 휩쓸며 관중을 평정하고는, 함곡관을 나와 동진하면서 항우의 서초를 위협한다. 장량과 한신의 도움으로 큰 싸움없이 항복을 얻어내며, 민심을 다 잡으면서 동진에 동진을 거듭하여 점점 세를 불려가면서 50만 대군을 이루어 서초의 도읍인 팽성을 점령하게 된다.

 

한편 제나라 전영의 반란을 평정하기 위해 북으로 출정한 항우의 군은 항복한 제군을 생매장하는 등의 악명을 통해 오히려 제나라 민심을 충동질하게 되고, 패주한 제군은 항복하여 생매장당할 바에야 죽도록 싸우자는 비장한 각오로 항우의 초군을 대적하게 되어 항우는 예상치도 못한 고전을 겪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우는 동진하는 한군을 그냥 둘 수 밖에 없고, 결국 팽성을 내주게 된다.

 

제나라에서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팽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항우는 팽성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정병 5만을 움직어 56만의 한군과 제후연합군을 수수와 사수에서 섬멸하고 대승을 거둔다. 유방과 한신등은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하게 되지만 다시 세력을 길러 항우를 대적하게 된다.

 

유방은 양왕 팽월, 회남왕 경포, 한신, 및 다른 맹장들을 분산시켜 초나라를 위협하며 초를 괴롭힌다. 팽월은 항우의 군대의 배후를 어지럽히며 병참선을 공격하여 군량미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로 인해 한왕 유방과 오랫동안 대치하고 있는 항우의 초군은 굶주림끝에 초땅으로 군대를 거두게 된다.

 

한왕 유방은 이를 틈타 초군을 공격하지만 항우의 무서운 전투력에 오히려 목숨을 빼앗길 뻔한다. 하지만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한나라의 맹장들과 팽월, 한신등이 유방군과 합세하게 되어 항우는 쫓길데 까지 쫓겨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항우는 단 한 번의 패배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처음 진나라에 대항하여 봉기한 이후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항우, 그리고 패권을 다투는 초한전에서도 단 한번의 패배도 경험하지 않았던 항우가 마지막 순간의 단 한 번의 패배로 목숨까지 잃게 되는 과정이다. 항우의 군대는 서서히 말라비틀어지는 식물처럼 그 기력이 쇠하여지다 소멸되고 만 것이다.

 

출중했던 전투능력을 갖고 있으며, 범증이라는 걸출한 모사를 두고서도 천하의 쟁패를 차지하지 못했던 항우... 아니 나약한 듯 보이지만 교활한 듯 하지만 아니 유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유방...

 

과연 유방의 성공의 동력은 무엇이며, 항우의 패배의 원인은 무엇일까?

 

천하의 패권은 유방이 차지했건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항우라는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낀다. 패왕별희라는 경극은 바로 이 항우의 비극적 종말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항우의 애첩이었던 우희와의 비극적 이별과 죽음을 후세의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여 이 경극이 생겼으리라. 항우의 실패...

 

초한지의 두 영웅은 항우와 유방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 명의 영웅은 한신이다. 한 유방의 대장군이 되어 천하를 통일하는 위업을 돕게 된다. 수수,사수에서의 전투에서 단 한 번 패하지만 그 이후 연전연승으로 항우까지 물리치게 되지만 유방의 의심을 받아 모든 병권을 빼앗기고 연금상태에서 결국 유방의 첫번째 부인인 여희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싸움에서 승리한 항우와 한신은 죽임을 당하지만, 패배에 패배를 계속하던 유방은 천하를 잡게되니...하하하...알 수 없는 일이다.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0) 2013.01.25
싯다르타  (0) 2013.01.23
대학  (0) 2013.01.14
에밀  (0) 2013.01.02
초등고전읽기혁명  (0) 2012.12.24

사서삼경은 널리 알려져 있는 유학경서들이다. 사서에는 논어,대학,중용,맹자가 있고, 삼경에는 시경,서경,주역이 있다.

사서를 공부하는 순서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의 순서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경전이라는 말은 경과 전이 합해진 말이다. 여기에서 '경'이란 성인이 남긴 말이며, '전'이란 성인의 제자들인 현인들이 '경'을 설명한 내용을 이른다. 실제 대학의 경우도 '경'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 뒤에 '전'이 붙어 내용이 길어진다.

대학의 경우도 '경'은 공자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말들을 증자가 기록한 것이며, 

이후 주희나 왕양명등이 주석을 달아 '전'을 이루게 된다.  

 

대학의 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大 學 之 道는    (대학지도는

在 明 明 德하고   (재명명덕하고

在 親 民하며       (재친민하며

在 止 於 至 善이니라   (재지어지선이니라

 

 

知 止 而 后 有 定하니,    (지지이후유정하니

定 而 后 能 靜하며         (정이후능정하며

靜 而 后 能 安하고         (정이후능안하고

安 而 后 能 慮하며         (안이후능려하며

慮 而 后 能 得이니라       (여이후능득이니라

 

物 有 本 末하고    事 有 終 始하니    (물유본말하고 사유종시하니

知 所 先 後면    則 近 道 矣니라       (지소선후면 즉근도의니라

 

 

古 之 慾 明 明 德 於 天 下 者는    先 治 其 國하고    (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는 선치기국하고

慾 治 治 其 國는    先 齊 其 家하고     (욕치치기국은 선제기가하고

慾 齊 其 家 者는    先  修 其 身하고    (욕제기가자는 선수기신하고

慾 修 其 身 者는   先 正 其 心하고      (욕수기신자는 선정기심하고

慾 正 其 心 者는   先 誠 其 意하고      (욕정기심자는 선성기의하고

慾 誠 其 意 者는   先 致 其 知하니      (욕성기의자는 선지기지하니

致 知 제 格 物하니라   (지지제격물하니라

 

物 格 而 后 知 至하고   (격물이후지지하고

知 至 而 后 意 誠하고   (지지이후의성하고

意 誠 而 后 心 正하고   (의성이후심정하고

心 正 而 后 身 修하고   (심정이후신수하고

身 修 而 后 家 齊하고   (신수이후가제하고

家 齊 而 后 國 治하고   (가제이후국치하고

國 治 而 后 天 下 平하니라   (국치이후천하평하니라

 

自 天 子 以 至 於 庶 人이    壹 是 皆 以 修 身 爲 本이니라   (자천자이지어서인이 일시계이수신위본이니라

其 本 亂 而 末 治 者 否 矣며    其 所 厚 者 薄 而 其 所 薄 者 厚는    未 之 有 也니라   (기본난이말치자부의며  기소후의박이기소박자후는 미지유야니라) 

 

대학에는 삼강령과 팔조목이 있다.

 

삼강령은 1)在 明 明 德하고    2) 在 親 民하며    3) 在 止 於 至 善이니라

- 밝은 덕을 드러내는 것,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 지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 이며

 

이 삼강령을 이행하기 위한 팔조목은

古 之 慾 明 明 德 於 天 下 者는    先 治 其 國하고 

慾 治 治 其 國는    先 齊 其 家하고

慾 齊 其 家 者는    先  修 其 身하고  

慾 修 其 身 者는   先 正 其 心하고  

慾 正 其 心 者는   先 誠 其 意하고  

慾 誠 其 意 者는   先 致 其 知하니   

致 知 제 格 物하니라

 

1. 격물  2. 치지  3. 성의  4. 정심  5. 수신   6. 제가   7. 치국  8 평천하

 

많이 듣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이 대학에서 나온 말이란 것...그리고 대인의 길은 바로 그러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격물이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것을 말하며

치지란 그 이치를 깨닫는 것을 말한다.

성의란 뜻을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며

정심은 마음을 바로 갖는 것이다.

수신은 자신을 닦는 것이며

제가란 가정을 다스리는 것(대부들이 자신의 영역을 다스리는 것)

치국이란 나라를 다스리는 것(제후들이 자신의 봉토를 다스리는 것)

평천하란 천하를 태평스럽게 하는 것(천자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보니 원래 대학이란 천자가 될 학문이란 뜻인듯 하다. 하지만 후세에 이것이 더 확장되어 대인이나 성인이 되는 길을 말하는 것이 되었다. 덕으로 통치하여 백성을 감화시키기 위해서는 깊은 학문으로 자신을 먼저 수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주 깊이 있는 말로써 오늘날의 위정자들이 마음깊이 새겨야 할 말이리라.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싯다르타  (0) 2013.01.23
초한지   (0) 2013.01.14
에밀  (0) 2013.01.02
초등고전읽기혁명  (0) 2012.12.24
이수광의 열국지 10권  (0) 2012.12.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