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자/ 최인호/열림원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는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우리 시대와는 2천5백년이란 시간의 장벽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공자의 언행이 전후 맥락이 없이 단편적으로 기록되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논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 공자를 알아야 하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 <소설 공자>는 공자의 생애를 다루면서 당시의 흥미로운 시대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자 자신은 물론이요, 공자의 제자들과 당시의 현자들, 더 나아가, 요순시대를 거쳐 하,은.주 시대를 거쳐 춘추전국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명한 현인들의 이야기들이 <소설 공자>에 담겨 있다. <소설 공자>를 읽다 보니 논어를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구절들이 생각나면서, 그 상황이 눈으로 그려지 듯 이해가 된다. <소설 공자>는 <논어>를 읽기 전에, 또는 <논어>를 읽은 후에 꼭 읽어 보도록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작가 최인호는 세계 3대성인인 예수, 석가, 공자를 자주 비교한다. 예수, 석가는 신적인 존재로서 한 종교를 창시한 성인으로 보는 한편, 공자는 인간적 고뇌와 약점을 가지고 있었던 철인으로 평가한다. 그의 사상을 담은 유교도 하나의 종교라기 보다는 학문의 한 범주로 생각하고 있다. 공자는 당시의 위정자들로 부터도 인정을 받지 못하였고, 노장사상을 가진 은둔 자들로부터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을 담은 책과 그를 따르는 유생들은 한나라 진시황시대에 분서갱유의 참화를 당하기도 했다. 공자의 사상은 탁상공론으로 치부되다가 상황이 역전되어 오래동안 동양 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공자의 사상을 받아들인 동양권 국가들은 공자가 바라던 이상적인 사회로 인도하지 못했다. 유학을 정치이념으로 받아들인 조선만 보아도 그렇다. 조선이 유교를 바탕으로 한 유교국가임에도 권력을 쥐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정쟁이 에 휘말렸는 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근대에 들어서서 물질 문명을 앞세운 서구 문명의 발 아래 짓밟히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공자의 사상은 훌륭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이라는 그릇이 작아서 그것을 제대로 담을 수 없었던 것 때문일까? 공자의 예와 인 사상은 오로지 천성적으로 타고난 인격자를 위한 것인가? 범인은 공자가 지닌 그러한 경지까지는 올라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공자는 마음 속의 "예"의 정신을 올바로 나타내는 방법을 정립하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예의 형식을 정립하려 하므로 형식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예의 형식에 너무 치중함으로 정작 마음의 예보다는 형식을 중요시 하는 폐단이 생길 수 있음을 미처 내다보지 못한 것일까?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예의 정신은 어떻게든 밖으로 드러나겠지만, 형식적인 예를 지킨다고 마음 속의 예가 새로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의 정신이 나타내는 행동 하나 하나가 오히려 더 가치있는 예례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의 정신에 입각하여 올바른 "예"를 나타내고자 했던 공자의 자세에는 고개가 수그려진다. 그리고 공자가 내세웠던 "예의 형식"은 그대로 받아 들일 수는 없지만, 공자의 "예"의 정신만은 마음 한 켠에 소중히 간직해 두고 싶다.

 

<소설 공자>의 줄거리를 요약해 본다.  

 

제1장 <첫 번째 출국 - 공자와 안자>

기원전 517년 나이 35세에 공자는 계씨를 포함한 삼환씨가 정국을 농락하는 노나라의 정국에 염증을 느끼고, 존경하는 '안영'이 재상으로 있는 제나라로 가서 정치적 이상을 펼쳐 보려 한다. '안영'은 <안자춘자>의 주인공으로 당시 제나라 경공을 섬기고 있는 전국 시대 대표 명재상중의 한 명이었다. 놀랍게도 공자는 안영의 반대로 중용되지 못한다.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던 안영이 보기에 공자는 지나치게 제사와 상례를 중요시하는 형식주의자로 보였던 것이다. 결국 공자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38세에 노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제2장 <두 번째 출국-노자와 공자>

공자는 46세 되던 해에 고국 노나라를 떠나 주나라로 향한다. 노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서이다. 드디어 기원전 506년에 공자와 노자의 극적인 만남이 성사된다. 공자와 더불어 중국이 낳은 최고의 사상가, 오늘날 중국의 정신을 지배하는 도교를 창시한 신비의 인물인 노자는 서양 사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톨스토이도 노자의 도덕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하고 있으며, 헤겔의 관념철학도 노자의 무사상에서 사유방법이나 사상체계를 받아들여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노자의 사상은 야스퍼스, 키에르케고르, 니체로 이어지는 실존철학의 형성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도 한다. 인류 사상 최고의 롱셀러는 '성경'이지만 두 번째의 베스트 셀러는 <도덕경>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자와 공자의 만남은 어떠했을까?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공자가 존경하였던 인물로는 주의 노자, 위의 거백옥, 제의 안평중, 초의 노래자등이다."라고 한다. 공자가 가장 존경했던 노자. 공자는 노자를 만나 "예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라고 가르침을 청한다. 노자는 "예에 대해서라면 더구나 나는 할 말이 없네."라고 대답한다. 공자가 계속 가르침을 청하자 노자는 "그대가 우러러 보는 옛 성인들은 이미 살도 썩어지고 뼈마저 삭아 없어졌겠지. 군자라는 작자도 때를 잘 만나면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그 위에서 건들거리는 몸이 되지만 때를 잘못 만나면 어지러운 바람에 흩날리는 산쑥 대강이 같은 떠돌이 신세가 되지 않겠는가. 내가 아는 바로는 예를 아는 군자는 때를 잘 만나고 못 만나고의 문제가 아니란 말일세. 훌륭한 장사꾼은 물건을 깊숙이 감추고 있어 얼핏 보면 점포가 빈 것처럼 보이듯 군자란 많은 덕을 지니고 있으나 외모는 마치 바보처럼 보이는 것일세. 그러니 그대도 제발 예를 빙자한 그 교만과 그리고 뭣도 없으면서도 잘난 체하는 말과 헛된 집념을 버리라는 말일세." 공자가 때를 잘못 만나 천하를 떠돌이처럼 돌아 다닐 것을 미리 예견한 듯한 말이었다. 공자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예에 대해 묻는다. "그것이 예입니까?" "그런 건 나도 몰라. 다만 예를 묻는 그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이것뿐일세. 자, 이제 그만 가보게나." 이렇게 공자와 노자의 만남은 끝이 난다.

 

후에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예의 진수를 몰라 노자에게 가서 물었는데, 다만 이렇다. 내가 만나 뵌 노자는 마치 용과 같은 분이셨다."  용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리면 그 용의 행적을 알 길이 없는 것과 같이 노자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어쨌든 현실참여적인 공자의 도와 은둔지향적인 노자의 도는 서로 맞지 않아서 그 둘은 서로 화합이 불가능했을까? 공자의 도는 인간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행해야 할 바를 논하는 것이었던 반면에, 노자의 도는 우주 만물의 생성과 작용의 원리를 논하는 것이었으니, 인간세상도 우주 만물의 한 부분이라고 보면 둘 사이의 접점이 있을 법도 하건만, 당시로서는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물과 기름과의 사이였다. 아마도 공자의 도는 노자의 도에 비추어 볼 때 올바른 것이 아니었나 보다. 노자의 뒤를 이은 장자도 공자의 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두사람은 헤어지고 나서 서로 완전히 다른 행보를 가게 된다. 공자는 더욱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여 열국을 주유하게 되고, 노자는 소를 타고 함곡관을 지나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함곡관을 지날 때 윤희라는 관리의 간곡한 요청 끝에 그의 사상을 담은 5천여자의 <도덕경>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홀연히 사라진다.

 

제 3장 황금시대

공자 나이 51세에 드디어 벼슬을 받아 정치에 뛰어든다. 노나라 제 2의 도시인 중도를 다스리는 직책을 받은 것이다. 공자는 1년만에 중도를 확 바꾸어 놓는다. 중도는 다른 고을이 본 받을 정도로 질서가 잡혔고 예의와 기틀이 잡힌 곳이 된다. 공자는 제나라와의 외교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드디어 중앙의 행정장관으로 임명되어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간다. 공자는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대부들인 계환자를 비롯한 삼환씨의 횡포를 제거하려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을 때, 안영의 뒤를 이은 제나라 재상 여서는 노나라의 발전에 크게 위협을 느끼고 노나라를 흔들 계책을 마련한다. 여서는 80명의 미인과 좋은 말 120필을 노나라 정공에게 선물로 보낸다. 여서의 계책이 성공하여 정공은 미색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하게된다. 이에 공자는 정공이 군주로서의 최소한의 예를 가지고 있는지 시험한 후에 일말의 가능성도 보지 못하자 노나라를 떠난다. 공자는 5년동안 정치가로서의 황금시대를 마감하고, 열국을 순회하는 고난의 시대로 접어든다. 노나라 재상직을 버릴 때가 55세, 그리고 56세에 자신의 이상을 정치적으로 실현할 나라와 임금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13년동안 가시밭길과 같은 열국을 돌아다니다 기원전 484년 나이 68세에 다시 노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제4장 세 번쩨 출국- 상가지구

공자는 56세의 나이에 노나라를 떠나 위나라를 찾아 간다. 사기에 의하면 공자는 70여 나라를 유세하였다고 하나 공자의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너개의 나라를 반복해서 순회하였으며, 공자 자신은 더 많은 전국 시대의 임금들을 만나고자 했지만 다른 나라의 임금들은 회견할 길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공자는 자신의 정치젹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임금은 만나지 못하고 오히려 '상갓집의 개'처럼 초라하게 제국을 진전하면서 여러번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경제적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위나라에서 처음에는 위영공의 환대를 받고 융성한 대접을 받았지만, 공자에 대해 참언하는 신하들의 말에 현혹된 영공은 공자를 위리안치, 즉 가택연금을 시킨다. 10개월을 위나라에 보낸 공자는 위나라를 빠져 나와 진나라로 향한다. 가는 도중 광 땅에서 첩자로 오인 받은 공자 일행은 주민들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당하다 다시 위나라로 돌아온다. 영공의 치욕적인 대접에 환멸을 느끼고 공자 일행은 다시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향한다. 도중 송나라에서 공자를 죽이려는 시도가 있어, 공자 일행은 뿔뿔히 흩어진다. 정나라에 도착한 공자의 제자 자공은 행인으로부터 공자가 '상갓집 개'같은 몰골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정나라를 지나 진나라에 도착한 공자는 3년을 머물렀으나 진나라 민공을 만나지도 못한다. 진나라에서 공자는 철저히 소외당했으며 허송세월만 보낼 수 밖에 없었다.

 

59세때 다시 위나라로 돌아가는 도중 위나라에 반기를 든 공숙씨 일당을 만나 위협을 받지만 무사히 위나라에 도착한다. 공자는 영공에게 공숙씨 일당을 공격하도록 조언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다시 위나라를 떠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달성하도록 도와 줄 임금을 만나지 못한 공자는 점점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진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킨 필힐의 초청에 응하려 했었는가 하면, 진에서 정적을 제거하고 실권자가 된 간웅 조간자에게 몸을 의탁할 생각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도에서 조간자의 사람됨을 알게 된 공자는 길을 돌이켜 위나라 대부 거백옥에게로 향한다. 

 

여전히 위나라의 영공은 공자를 무시하며 이제는 공자의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 공자는 60세에 다시 진나라로 가서 2년을 머물렀으나 아무 소득이 없다. 그동안 노나라에서는 실권자 계환자가 병으로 죽으면서 아들 계강자에게 공자를 불러들이도록 유언을 남긴다. 계강자는 공자를 초빙하려 하나 공지어가 나서 반대하면서 차라리 공자의 제자인 염구를 불러들이도록 조언한다. 염구는 자유, 염유라고도 불리는데 공자의 제자중 자로와 자공과 더불어 정치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다. 자로가 군사, 자공은 외교에 뛰어났던 데 비하여 염유는 행정과 군사 두 방면 모두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인물이다. 염구는 노나라에서 기대 이상으로 정치적 성공을 거두어 계강자의 가재가 되었다. 염구의 뛰어난 정치적 성공은 후에 공자가 다시 노나라로 돌아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제5장 네 번째 출국 - 양금택목

공자 62세때는 공자의 주유 열국의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는 분기점이다. 후반기 7년은 전반기 7년보다 혹독하여 공자는 채, 섭과 같은 소국, 독립된 나라라고는 볼 수 없는 강대국의 속국을 찾아 다닌다. 지금까지 묵묵히 스승을 따라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수행하던 제자들도 스승의 권위와 가르침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진나라에서 2년의 세월을 보낸 후 공자는 채나라 소후의 초청을 받고 그리로 향하던 중 소후가 암살되는 바람에 방향을 돌려 섭이라는 나라로 피신하게 된다. 섭공과 면담한 공자는 서로의 가치관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섭나라를 떠나 채나라로 돌아 오게 된다. 그 도중  노자의 고향이었던 초의 속국 채나라에서 노자의 사상을 따르는 숨어 사는 현자들로 부터 비웃음을 당하게 된다. 이 무렵 공자는 위로는 정치가들로부터 멸시를 받고 안으로는 제자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밖으로는 전혀 사상이 다른 이교도들로부터 비웃음을 받고 있어 사방이 모두 적으로 둘러 싸인 형국이었다.

 

채나라에서 3년을 보내던 중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최고의 임금으로부터 초빙을 받게 된다. 초나라의 소왕이 공자를 초청했던 것이다. 공자는 소왕을 어진 임금이라 칭찬하며 인격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당시 소왕은 군사를 이끌고 진나라 땅에 머물고 있었다. 공자는 크게 기뻐하며 진나라로 들어 가려 하지만 진나라와 채나라의 제후들과 대부들은 자신들의 약점과 비행을 낱낱이 알고 있는 공자가 소왕에게 등용이 된다면 자신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공자 일행을 억류한다. 이를 알게된 소왕은 군사를 풀어 공자 일행을 구해 주고 땅 7백리를 봉토로 떼어주는 조건으로 공자를 초빙하려고 한다. 이에 초의 재상 자서가 반대하고 나선다. 공자가 이 땅을 근거로 자신의 세력을 키워 나간다면 초나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근거로 반대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소왕은 오랜 망설임 끝에 공자를 초빙하려는 계획을 취소한다. 공자의 마지막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63세에 다시 초나라를 떠나 위나라로 들어간다. 위 영공이 죽은 후 왕이 된 출공은 외국으로 망명해 있다 돌아오는 아버지 괴외의 귀국을 무력으로 막았던 일이 있었다. 행여 왕위를 빼앗길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출공은 뭇 제후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었다. 이에 출공은 공자를 등용하여 이를 모면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공자는 불의를 쫓지 않고 명분이 없는 출사의 길을 원하지 않았다. 이제 참다 지친 제자들은 스스로 자기 살 길을 찾아 떠난다. 외교에 뛰어난 자공은 노나라의 초빙으로 사신으로 등용되며, 자로는 위나라의 작은 마을의 읍재가 된다. 

 

위나라에서 대부 공문자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던 공자는 위나라를 떠나면서 '새가 나무를 선택해야지 어찌 나무가 새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을 통해 신하가 마땅히 훌륭한 군주를 가려서 섬길 줄 알아야 한다는 심정을 내 비친다. 특별히 관심을 가져 네 번이나 찾아간 위나라도 이제 공자의 마음에서 떠나 있었다. 이 때 노나라의 계강자가 폐백을 갖추어 공자를 초빙한다. 이제 공자는 노나라로 귀국하고, 이로서 공자의 주유열국은 끝이 난다.

 

제6장 공자천주

기원전 484년 공자는 나이 68세에 13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13년의 혹독한 여정의 결과로 공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현실적 정치에는 결코 접목시킬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게 되었다. 공자는 비로소 깨달았다. 정치적 이상을 통해 국가를 바로 잡으려는 외부적 노력보다는 학문적 사상을 개발해 내적 자아를 완성하려는 노력이 훨씬 더 값어치가 있다는 사실을 ... 고향으로 돌아온 공자는 73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 6년간 더 이상 노나라의 정치에 뛰어들지 아니하고 오로지 학문에 정진한다.

 

노나라로 돌아 올 때 공자는 아홉 구비나 구부러진 구멍이 있는 진귀한 구슬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진나라를 지날 때에 누에를 치기 위해 뽕을 따는 아낙네를 만나 구슬에 실을 꿰는 방법을 물었다가 깨달은 바가 있어 구슬에 실을 꿸 수 있게 된다. 아마도 13년의 천하주유가 아홉 개의 구멍에 실을 꿰어주는 군주를 만나기 위한 순회였다면 노나라에 있었던 공자의 말년기 6년은 아홉개의 구멍에 학문과 사상을 실로 꿰는 공자 인생의 절정기였다. 공자천주란 공자가 구슬을 꿰다란 뜻이다.

 

공자의 제자들

공자는 스스로 10명의 제자를 거론하며 "덕행에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국이 있고, 언어에는 재아와 자공이 있고, 정사에는 염유와 계로가 있고, 문학에는 자유와 자하가 있다." 라고 했다. 이를 '공문십철'이라 부르고 '덕행, '언어', '정사', '문학'을 공문사과라 부른다. 공문십철 중 염백우는 나환자가 되어 학문의 길에서 탈락되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제자들은 학문을 버리고 정치로 나아갔다. 끝까지 스승을 좇아 공문에 남아 있던 제자들은 안연, 민자건, 자하등 서너 사람에 불과하였다.

 

이중 복상이라고 불리는 자하는 공자의 제자중 가장 막내였지만 유가의 경전을 후대에 전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논어>의 편찬도 자하의 작품이라는 설이 있다. 증삼은 자는 자여인데, 그는 공자의 제자중 공문십철에는 들지 않지만 유교 사상의 전래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자하와 증삼은 공자의 사상을 전파한 쌍두마차로 불리고 있다. 증삼은 큰 존경을 받아 증자라고도 불린다. 증자는 공자의 손자였던 공급(자사)에게 공자의 사상을 전수하고, 자사는 그것을 맹자에게 전수함으로써 유가의 도통은 공자에게서 증자를 통해 맹자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공자는 인류의 교과서가 될 경서의 편저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의 교과서는 육경이라고 불리는 시, 서, 역, 예, 악, 춘추의 6가지가 중심을 이룬다. 시경, 서경, 예기, 악기, 역경, 춘추의 6경에 논어와 효경을 덧붙여 9가지의 경전은 아홉 구비의 구명에 새로운 실을 꿰어 넣으려는 공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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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 때도 그랬듯이

 갈 때도 그렇게

후다닥

바람처럼 피어나

바람으로 진다.

 

 

 

 

 

 

 

 

 

 

 

 

연분홍 꽃잎

진분홍 꽃 받침

초록 잎새

비 내려 유난히 

까만 줄기

 

 

 

 

 

바람에

산산히 날리는 

절정

 

진 꽃잎 자리

아쉬움만

진하게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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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cination-Nat King Cole

 

 

 

『닥터 지바고』중 <라라의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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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

왕벚나무 가지에 꽃으로 피어날 멍울들이

하나씩 돋아 난다.

 

 

 

 

가지 가지 마다

여기 저기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멍울들

 

 

 

멍울들은 날이 갈 수록

두툼해 지고

부풀어 오른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멍울들이 부풀어 가더니

기어이 분홍색 꽃잎들이 머리를 내민다.

 

 

 

 

 

하나의 멍울에서

서너개의 분홍빛 꽃 받침이 쑥쑥 자라고

 

 

 

 

 

굳게 다물고 있던 꽃 받침은 

꽃샘바람에 이리 저리 치이면서 흩트러져

살짝 입을 벌리고

그 사이로 하얀 벚꽃잎이 머리를 내민다

 

 

 

드디어 벚꽃 한 송이가 활짝 피었다.

다른 놈들도 피어날 작정이다.

 

 

 

 

하얀색 왕벚나무 꽃잎에

꽃 받침 그림자가

비쳐  

분홍의 느낌을 발산하고 있다.

 

 

 

 

 

2015년 3월 30일

왕벚나무는 활짝 꽃을 피우고

풍성한 꽃 잔치가 열린다.

 

하루 밤 새에

너도 나도 활짝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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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KBS 홀 뒤에는

 예전에 대통령 별장이었던 시청관사가 있다.

 

평일 오전 9시에서 5시까지

시민들에게 산책길로 개방한다.

 

봄볕을 즐기며 한적한 15분 산책...

 

 

 

 

 

 

 

 

 

아마도 수선화

 

 

 

 

 

 

 

 

 

 

 

 

 

 

 

나지막한 소나무들

 

 

 

저 멀리 장산이 보이고

 

 

 

 

 

 

 

 

 

 

 

 

 

 

 

사택 앞 정원에 있는 연못

 

 

 

 

 

 

 

 

 

 

 

 

산책후 조용한 찻집에서

 

 

 

 

 

 

 

 

 

 

 

 

KBS홀 뒤 부산시청관사 산책길과 그 앞에 있는 조용한 차집

 

 

소로우의 『월든』에는

봄이 오는 월든 호수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꽝꽝 얼어 붙은 얼음이 녹을 즈음에

호수에서는 "쩡~!"하는 굉음이 숲을 뒤 흔든다. 

단단한 얼음에 금이 가는 소리다. 

 

소로우는 매일 호수의 얼음의 상태를 살펴가며 

봄의 위치를 가늠한다.

 

부산 광안리의 벚꽃 거리도

봄 모습이 하루 하루 미묘하게 달라져가며

벚꽃 축제를 준비한다.  

 

2015년 3월22일의 벚꽃 풍경...

이제 벚꽃은 멍울을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쓴다.

 

 

 

 

 

 

 

목련꽃은 어느새

피어있다.

 

 

 

유달리 따뜻한 주말

광안리 해변에서는

벌써 수상 레포츠를 즐긴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즐기며

바닷가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으니

길가에선

문명의 소리들이 들려오고

바다쪽에서는

가볍게 철석이는 원시의 파도소리가

한적하게 들려 온다. 

 

 

 

대통령의 부산 별장이었던 시청관사 벽에

개나리가 피었다.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시민들에게 산책길로 개방된다고 하니

아내와 함께 한 번 봄 맞이 산책을 가보리라.

 

 

 

산수유는 개나리와 동색

충돌실험에서 소립자와 광자들이

튀어나오는 듯한 모양의 꽃이 새롭다.

 

 

 

부산 수영도서관 정문에서 바라다 보이는 숲

동백나무와 매화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다.

 

 

 

매화

 

 

 

 

조팝나무

 

 

 

동백꽃

 

 

 

그리고 천리향.

천리향 가까이 가니 달콤한 향기가

사방에 가득하다.

 

 

 

이건 무슨 꽃?

 

 

 

이건 또?

막 피어나려는 꽃의 탄생 순간?

 

 

 

어린 잎들도 막 피어난다.

 

 

 

봄은 꽃을 끌어내고

꽃은 사람의 마음을 당긴다.

봄은 꽃 때문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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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한 데이지 일행...

데이지는 그 파티를 경험하고 나서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요? 또 톰은 개츠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 보는 것은 그 당시 전통적인 부자들이 신흥 부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알게 해 줄 것입니다. 

 

당시 뉴욕 브로드웨이가 연극으로 인기를 구가하면서, 연극계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닥다리가 되었고, 실제 유명한 배우나 감독은 커다란 부를 갖게 되었습니다. 뉴욕에 가까운 조그만 어촌이었던 웨스트 에그에는 출세하려는 꿈을 가진 사람들과 부를 움켜쥔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그 모습이 아주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던 이웃의 이스트 에그에 필적할 만한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트 에그 사람들은 웨스트 에그의 거주자들에게 경멸적인 생각을 거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 것이죠. 상류 사회 나름의 법도와 예의를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이스트 에그의 사람들은 부와 명성을 쌓기 위한 웨스트에그 사람들의 노력이 헛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노력은 무에서 무로 가는 여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류계층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만큼 우월감에 젖어 있던 것이죠.

 

웨스트 에그 사람들은 상류 계층의 부드럽게 돌려 말하는 어법이나 외양으로 드러나는 점잖고 예의바른 제스처를 지니고 있지 못합니다. 웨스트 에그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면과 같은 체면치레의 예의는 모릅니다. 다만 그들의 느낌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 내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이스트 에그 사람들의 눈에 천박한 것으로 비칩니다. 그래서 이스트 에그 사람들은 여전히 웨스트 에그 사람들을 경멸하는 것입니다. 

 

부유층 출신인 데이지도 웨스트 에그의 정서가 생경했을 것이며,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파티에 참석한 뉴욕 사람들과 웨스트 에그 사람들이 데이지가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톰도 비슷하게 생각했겠지요. 특히 톰은 개츠비의 재산 축적 과정에 모종의 불법적이 일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하층출신이 상류계층으로 뛰어 드는 것은 그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데이지가 떠나기 전 그들의 모습을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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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ost the last thing I remember was standing with Daisy and watching the moving picture director and his Star.

그 날의 일들 중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내가 데이지와 나란히 서서 보고 있었던 그 영화 감독과 배우였다.

 

They were still under the white plum tree and their faces were touching except for a pale thin ray of moonlight between.

그들은 아직까지 하얀 자두 나무 아래에 있었고, 그들의 얼굴은 거의 맞닿아 있었고, 그 실루엣 사이로 가느다란 한 줄기 달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It occurred to me that he had been very slowly bending toward her all evening to attain this proximity, and even while I watched I saw him stoop one ultimate

degree and kiss at her cheek.

내가 느끼기에 그는 저녁 내내 아주 천천히 조금씩 허리를 굽혀 그녀 얼굴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내가 보는 순간 마지막 남은 공간을 가로질러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I like her," said Daisy, "I think she's lovely."

"저 여배우가 좋아요." 데이지가 말했다. "정말 사랑스러워요."

 

But the rest offended her--and inarguably, because it wasn't a gesture but an emotion.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데이지의 신경을 건들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들의 행동은 점잖치 않았고 천박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기때문이다.    

 

She was appalled by West Egg, this unprecedented "place" that Broadway had begotten upon a Long Island fishing village--appalled
by its raw vigor that chafed under the old euphemisms and by the too obtrusive fate that herded its inhabitants along a short cut from nothing
to nothing.

데이지는 웨스트 에그, 한 때 롱아일랜드의 어촌에 불과했지만 브로드웨이의 연극계에서 관련된 사람들이 자리잡으면서 형성된 이 전례가 없는 장소에 혐오감을 가졌다. 데이지는 자신이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완곡함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원초적인 열정을 역겨웠했으며, 부질없는 짓인 줄도 모르고 마치 그 길이 지름길인양 숙명처럼 허황된 길로 몰리는 인간군상의 모습에 도리질쳤다. 

 

She saw something awful in the very simplicity she failed to understand.

데이지는 웨스트 에그 사람들의 단순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속에 들어 있던 끔찍한 면만을 보았던 것이다. 

 

I sat on the front steps with them while they waited for their car.

그들이 자기 차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들과 함께 현관 계단에 앉았다.

 

It was dark here in front: only the bright door sent ten square feet of light volleying out into the soft black morning.

여기 현관은 어두웠다. 밝은 문 사이로 빠져 나오는 빛만이 어스름이 잦아드는 아침의 어둠 속으로 비쳐져 나왔다. 

 

Sometimes a shadow moved against a dressing-room blind above, gave way to another shadow, an indefinite procession of shadows, who rouged and

powdered in an invisible glass.

때때로 위층의 드레스 룸 블라인드 뒤로, 한 그림자가 지나가면 또 다른 그림자가 뒤를 잇고, 그리고 이렇게 끊임없이 실루엣이 이어졌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유리창 뒤에서 입술에 루즈를 바르고 얼굴에 분을 칠했다. 

 

"Who is this Gatsby anyhow?" demanded Tom suddenly. "Some big bootlegger?"

"그런데 이 개츠비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 톰이 불쑥 물었다. "밀주를 취급하는 걸까?"

 

 

"Where'd you hear that?" I inquired.

"그런 소릴 어디서 들었어요?" 내가 물었다.

 

 

"I didn't hear it. I imagined it. A lot of these newly rich people are just big bootleggers, you know."

"들은 게 아니라, 그럴거라고 생각한 것 뿐이야. 이런 졸부들이 다 그렇지 뭐."

 

"Not Gatsby," I said shortly.

"개츠비는 아니예요." 내가 짧게 말했다.

 

He was silent for a moment. The pebbles of the drive crunched under his feet.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도로의 자갈들을 자근 자근 밟았다.

 

"Well, he certainly must have strained himself to get this menagerie together."

"그래, 그저 저나 이런 짐승같은 놈들을 모으려면 꽤나 신경을 썼겠던데."

 

 

A breeze stirred the grey haze of Daisy's fur collar.

산들바람에 데이지의 모피 깃의 회색빛 털이 흔들렸다.

 

"At least they're more interesting than the people we know," she said with an effort.

"그래도 그들은 우리가 아는 사람들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들이예요." 데이지는 애써 이야기했다.

 

"You didn't look so interested."

"당신은 그렇게 흥미있어 보이지는 않던데."

 

"Well, I was."

"그래 보였어요?  난 재미있었는데."

 

Tom laughed and turned to me.

톰은 너털 웃음을 웃고는 나에게로 몸을 돌렸다.

 

"Did you notice Daisy's face when that girl asked her to put her under a cold shower?"

"닉, 그 아가씨가 데이지에게 찬 물을 뒤집어 씌워 달라고 했을 때 데이지의 표정을 보았어?"

 

Daisy began to sing with the music in a husky, rhythmic whisper, bringing out a meaning in each word that it had never had before and would never have again.

데이지는 음악에 맞추어 낮고 매력적인 소리로 리드리컬하게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가사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그런 의미를 담아서 노래하고 있었다.   

 

When the melody rose, her voice broke up sweetly, following it, in a way contralto voices have, and each change tipped out a little of her warm human magic

upon the air.

선율이 높아지자, 따라 부르던 데이지의 낮은 알토 목소리가 갈라졌는데, 이러한 부서지는 목소리마저 달콤했으며, 그녀의 따뜻한 인간적 매력을 잠깐 드러내는 듯 했다.    

 

"Lots of people come who haven't been invited," she said suddenly.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와요." 데이지가 느닷없이 말했다.


"That girl hadn't been invited. They simply force their way in and he's too polite to object."

"그 아가씨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고, 그들이 무작정 들이닥쳤을 때, 개츠비는 그들을 막을 만큼 치사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죠."

 

"I'd like to know who he is and what he does," insisted Tom. "And I think I'll make a point of finding out."

"난 그 놈이 어떤 놈인지, 무얼을 하는 놈인지 알고 싶은 거야," 톰이 말했다. "그런데 그 놈이 어떤 놈인지 알 것 같다니까.""

 

"I can tell you right now," she answered. "He owned some drug stores, a lot of drug stores. He built them up himself."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당장 말해 줄께요." 데이지가 대답했다. "개츠비는 약국을 운영해요. 아주 많이요. 직접 지었다고 하더군요."

 

The dilatory limousine came rolling up the drive.

한참을 오지 않던 리무진이 차로를 따라 오고 있었다.

 

"Good night, Nick," said Daisy.

"잘 자요, 닉," 데이지가 말했다.

 

Her glance left me and sought the lighted top of the steps where "Three o'Clock in the Morning," a neat, sad little waltz of that year, was drifting out the open

door.

데이지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불빛에 드러난 계단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 해의 왈츠로 알려진 단아하고 슬픈 "아침 세시"라는 곡이 열려진 문 밖으로 흘러 나왔다. 

 

* Three O'clcok in the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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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의 스펙트럼을 갖는다.

부정의 극단에는 심한 욕설의 의미가 자리 잡고 있고

긍정의 극단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의 견딜 수 없는 애정의 느낌이 잔뜩 묻어 있다.

 

모든 새끼들은 귀엽다고 말하면

이것은 오류일까?

하지만 생명이 돋아 나는 봄 새끼들은 어쩔 수 없는 느낌을 자아낸다.

 

모든 깨달음은 문득 찰라의 순간에 오는 것처럼

오늘 따뜻한 공기속에 돋아 나는 새끼들을 보며 문득 어릴 때 내가 좋아하던

그 색깔을 떠 올린다.

 

아무 것도 모를 나이에 

매료되었던 그 연한 새로 돋아나는 잎의 색깔은

여전히 말로 표현하기에는 신비로운 이미지로 남아 있다.

 

 

 

 

 

 

 

 

주초 일기 예보에 

이 번 주부터 벚꽃이 개화한다고 해서,

매일 벚나무 아래를 걸을 때 마다 쳐다 본다.

가지 끝마다 조그맣던 멍울들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있다. 

기다리는 마음도 함께 부풀어 오른다.

 

 

 

 

꽃잎이 나오기 전에 꽃 받침이 먼저 나온다.  

꽃 잎은 속에서 꽃 받침을 밀어 내고

꽃 받침은 점점 부풀어 오르며

벚꽃 가지 사이에

연한 몽환적인 푸른빛 안개를 드리운다.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생명은 피어난다.

버려진 땅에도 들꽃은 피고...

 

 

 

 

 

 

광안리 바닷가 화단에도 민들레인가?

 

 

 

바닷가 백사장에도 봄 기운이

완연하다

 

 

 

 

조그만 찻집 앞에도

예쁜 꽃들이...

 

 

 

 

찻길 옆 보도에서도 ...

질기게 생명은 피어난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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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서 송정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때론 울창한 해송 사이로, 때로는 해송 너머로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달맞이 고개길에 자리한 해월정.

해운대 앞바다에서 솟아 오르는 보름달은

어스름 해송숲에 달빛을 뿌리고

바다에 떨어진 달빛은 잔물결에 산산히 조각나

수억개의 달빛 비늘로 향연을 이룬다.  

 

달맞이 고개길 아래로 달리는 동해 남부선 철로.

청사포를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에 오르다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선로로 내려간다. 

 

 

 

허리가 굽어진 소나무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로, 송정 구덕포를 향해 달리는 동해 남부선 폐선선로에 들어선다.

 

철길은 평행선을 긋고 달리지만 인간의 눈에는 저 멀리서 하나로 합친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지만

그 감각은 여전히 불완전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은 녹슬어 가고

힐링을 찾는 사람들은 녹슬은 철길을 걷는 행복을 느낀다. 

 

 

 

동해 바다, 

오륙도를 기점으로 동해와 남해가 갈린다고 하는데...

 

기차 차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 보던 시선들

이제 우리는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쪽으로 바다, 저쪽으로 숲, 그리고 동행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자연과 함께 걷는다.

 

 

 

철길 아래로 가파른 벼랑은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버텨 왔을까? 

벼랑은 깍여 우뚝해 지고

파도는 시퍼렇다.

 

 

 

달맞이재? 달맞이 고개...

작은 터널, 이것은 고개를 관통하는 그런 터널은 아니다.

달맞이 고개의 정중앙임을 알리는 이정표?

 

 

 

터널을 지탱하는 기둥들 사이로 비쳐드는 빛

빛이 있음으로 그림자도 존재하고

이 둘의 조화는 인상적이다.

 

 

 

 

 

함께 걷고 싶은 길,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레일바이크로 개발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 

 

 

 

철로는 달맞이재를 너머 청사포쪽으로 달린다. 

달맞이 고개와 송정 사이에 있는 청사포,

푸른 뱀은 어느 새 푸른 모래로 바뀌어 불린다.

 

저 철로가 굽어지는 곳에서는 ...

 

 

구비 돌아 가니

숲 사이로 달리는 철길이 아름답다.

 

인생의 구비 구비를 지날 때마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각도 못한 비경에

다시 한 번 인생을 생각하기도 한다.

 

새옹지마란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철로는 청사포에 이르고,

우리는 청사포의 한 차집에서,

어두워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한 등대를 바라본다.

 

더 걸어가면 송정까지 갈 수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청사포에서 달맞이 고개를 보니,

소나무 숲은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커멓게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위에 달맞이 길을 따라 레스토랑들, 그 위로 주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멀리 해운대 바다 너머 남쪽으로 보니

이기대와 오륙도가 희미해져 간다.  

 

문득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의 차이를 생각한다.  

 

기차길과 달맞이 길 사이에 또 하나의 오솔길이 있다고 하니,

그 길도 걸어 보고 싶다.

<수필>/피천득/ 범우, <자전거여행> /김훈/ 생각의 나무

 

피천득 수필집 <수필>과 김훈의 에세이집 <자전거여행>

 

 

수필!

글쓰기에는 수필만한 것이 없을 듯하다. 온갖 주위의 사건이나 사물들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여 글을 쓸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렇듯 자유롭게 써 내려간 수필에는 글쓴이의 인격과 개성, 생각과 사상이 아무래도 은연중에 스며들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에는 피천득이 진하게 배여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을 읽으면 소심하면서도 자상한 할아버지,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할아버지가 느껴진다. 그 할아버지는 딸 서영이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그 할아버지는 청초한 여성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로맨티스트이다. 선생의 눈에는 더러움이라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애써 그것을 피하고 아름다움만을 노래하려는 것일까? 선생의 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일 뿐... 아름답지 않다고 느낀 것을 소재로 한 유일한 예외는 <인연>에 나오는 아사코와의 세번째 만남일 것이다. 하지만 아니 만남만 못했던 만남조차, 아사코에 대한 선생의 아름다운 회상을 훼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선생의 수필을 읽으면서, 그냥 읽어나가기에는 아깝다고 느껴졌다. 선생의 글을 아껴 하루에 하나씩 읽으면서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고, 방안 가득한 커피향에 취해듯, 수수하고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배여있는 유려한 문장에 취하고 싶었다. 

 

선생의 수필 중 <인연>이나 <유순이>와 같은 글은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선생의 글을 읽으면, 그것이 아주 짧은 에피소드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단편 소설 한편을 읽는 느낌을 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 때의 풋풋한 로맨스를 편안하게 그려낸 이야기는, 마치 그 이야기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인양 느끼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우리는 피천득 선생의 글을 읽고 우리의 지나간 젊은 때를 추억한다. 기억은 지나간 시간의 두께만큼 희미해 지는 것이겠지만, 희미한 만큼 오히려 아름답고 순수해 보인다. 아픔과 슬픔은 시간의 안개에 가려 아련해지고, 추억은 다만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자전거 여행!

김훈의 글은 난해하다. <자전거 여행>에서 김훈을 읽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김훈의 사유의 방식이 어렴풋이 느껴지면서, 그 사유의 깊이에 감탄한다.

여행이란 움직임과 멈춤의 반복이다. 서로 상반되는 이 동작의 반복이 여행을 만들어 내듯, 김훈의 사유는 서로 모순되는 관념들을 하나로 묶어내려는 처절한 시도로 난해하다. 치명적인 봄의 관능을 노래하는가하면, 삶의 터전에 자리 잡은 무덤, 소가 매를 맞는 낙원등의 이야기는 양극단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자전거가 달리는 길은 이미 몸과 하나가 되고, 지친 몸을 잠시 의탁하는 곳에서 그의 사유는 시간을 거슬러 또 다른 여행을 한다. 먼 옛날 그 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서로 통합되기를 질기게 거부해온 것들의 교차점을 모색한다. 부석사에서 그는 신라를 대표하는 고승, 의상과 원효의 서로 상반되는 삶과 철학을 생각한다. 동해의 대왕암앞에 서서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무기와 악기를 통해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신라 문무왕의 호국정신을 기린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지리적 여행이면서 아울러 역사 여행이기도 하며, 그만의 독특한 사색 여행이기도 하다. <자전거 여행>에는 김훈의 모습보다는 그가 지향하는 곳을 보여준다. 자연과 역사속에 숨겨진 모순들을 한덩어리로 묶어내려는 그의 시도는 오르막을 헐떡거리며 오르는 그의 자전거처럼 힘에 겨워보인다. 아니 그의 시도를 쫓아가는 나 자신이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글은 감상을 표방하는 듯하나 논리를 따르고, 논리의 형식을 빌어 감상을 표현한다. 감상은 감상으로 받아들이면 되고, 논리는 그 논리를 따라 가면 될터이나, <자전거 여행>은 감상과 논리가 분할할 수 없는 한 몸을 이루고 있으니 따라가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글은 수정처럼 투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훈은 아마도 자신만의 글쓰기를 실험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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