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윌슨의 이웃인 마이클리스는

머틀이 죽던 밤 윌슨과 함께 있으면서 그를 위로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밤새 윌슨은 멍하게 무언가에 골몰해 있습니다.

마침내 윌슨은 누가 자기 아내를 죽였는지 알아냈다고 선언합니다..


------------------------------


Michaelis made a clumsy attempt to distract him.

마이클리스는 윌슨의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려 하였지만 그는 이런 일에 아주 서툴렀다.  



"How long have you been married, George?

"조지, 결혼한 지가 얼마나 되었지?"


Come on there, try and sit still a minute and answer my question.

자, 어서. 좀 가만히 앉아서 대답 좀 해 봐. 


How long have you been married?"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냐고?



"Twelve years."

"12년."


"Ever had any children? Come on, George, sit still--I asked you a question.

"아이는 없고? 자, 조지, 좀 가만히 있어봐, 내가 묻고 있잖아.


Did you ever have any children?"

애는 없어?"


The hard brown beetles kept thudding against the dull light and whenever
Michaelis heard a car go tearing along the road outside it sounded to him
like the car that hadn't stopped a few hours before.

딱딱한 갈색 장수벌레가 흐릿한 전구에 계속 부딪히고 있었다. 바깥 도로에 생생 달리는 차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이클리스의 귀에는 몇 시간전 사고를 내고도  

멈추지 않았던 그 차 소리가 들렸다. 


He didn't like to go into the garage because the work bench was stained where the body had
been lying so he moved uncomfortably around the office--

마이클리스는 차고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시체가 놓였던 긴 의자에 얼룩이 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불편하지만 사무실 주위를 둘러 다녔다.  


he knew every object in it before morning--

덕분에 날이 밝아 올 때쯤에는 그 안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모조리 알게 되었다.  


and from time to time sat down beside Wilson trying to keep him more quiet.

그리고 그는 때때로 윌슨 옆에 앉아서 그를 진정시키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Have you got a church you go to sometimes, George?

"때때로 교회는 나간적이 있지, 조지?


Maybe even if you haven't been there for a long time?

아마도 오랫동안 가지는 않았겠지만 말이야.


Maybe I could call up the church and get a priest to come over and he could talk to you, see?"

교회에 연락을 해서 목사님을 오게 해서 이야기를 좀 들어 볼래?"


"Don't belong to any."

"교회에 나간 적이 없어."


"You ought to have a church, George, for times like this.

"교회에 다녔어야지, 조지, 이런 때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You must have gone to church once.

한 번쯤은 교회에 간 적이 있겠지.


Didn't you get married in a church?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나?


Listen, George, listen to me. Didn't you get married in a church?"

내 말 들려, 조지, 내 말 좀 들어봐, 결혼식을 교회에서 올리지 않았어?"


"That was a long time ago."

"오래 전 일이야."


The effort of answering broke the rhythm of his rocking--for a moment he
was silent.

대답을 하려 애쓰는 통에 끈질기게 앞뒤로 흔들리던 움직임의 흐름이 흔들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Then the same half knowing, half bewildered look came back into his faded eyes.

그러다가 반은 아는 둥, 반은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이 생기가 꺼진 눈동자에 다시 나타났다.



"Look in the drawer there," he said, pointing at the desk.

"저기 서랍속을 봐." 윌슨이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Which drawer?"

"어떤 서랍?"


"That drawer--that one."

"저 서랍- 저기"


Michaelis opened the drawer nearest his hand.

마이클리스는 손을 내밀어 가장 가까운 서랍을 열었다.



There was nothing in it but a small expensive dog leash made of leather and braided silver.

거기에는 가죽과 은으로 꼰 작지만 비싼 개 목줄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It was apparently new.

그건 분명히 새것이었다.



"This?" he inquired, holding it up.

"이것?" 마이클리스는 그것을 들고서 물었다.



Wilson stared and nodded.

윌슨은 노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I found it yesterday afternoon.

"어제 오후에 발견했어.


She tried to tell me about it but I knew it was something funny."

여편네가 나에게 그것에 대해 해명하려 애썼지만, 그것은 우스운 짓이었지."



"You mean your wife bought it?"

"당신 아내가 그걸 샀다는 말이야?"



"She had it wrapped in tissue paper on her bureau."

"여편네는 그걸 화장지로 싸서 장롱위에 놓아두었더구만."



Michaelis didn't see anything odd in that and he gave Wilson a dozen reasons why his wife might have bought the dog leash.

마이클리스는 그것이 뭐가 이상한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윌슨에서 그의 아내가 그 개 목줄을 뭐 때문에 샀겠느냐며 열댓가지나 되는 이유를 들었다.


But conceivably Wilson had heard some of these same explanations before, from Myrtle, because he began saying "Oh, my God!" again in a whisper--

his comforter left several explanations in the air.

하지만 분명히 윌슨은 머틀로부터 이와 같은 해명을 들었을 것이다. 윌슨은 아내가 생각난 듯 작은 목소리로 다시 "오 하느님"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마이클리스가 위로하듯 몇 마디 더 했지만 그것은 윌슨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Then he killed her," said Wilson.

"그놈이 죽였어." 윌슨이 말했다.


His mouth dropped open suddenly.

마이클리스는 갑자기 입이 딱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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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머틀 윌슨이 차에 치여 죽은 다음 날,

뉴욕에서 돌아오는 닉은 기차를 타고 현장을 지나고 있습니다.

닉은 부러 그 현장을 보고 싶지 않아 피합니다.

그리고 사고가 났던 날 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윌슨은 정신이 나간 듯 중얼거리다,

사고를 낸 차 주인을 찾을 수 있다고 중얼거립니다.

윌슨은 이 사고에는 배후의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윌슨이 어떤 돌발행동을 할 지 초조해집니다.


--------------------------------------


It was just noon.

이제 막 정오였다.


When I passed the ashheaps on the train that morning I had crossed deliberately to the other side of the car.

그날 아침 기차가 재언덕을 지날 때, 난 의식적으로 재언덕이 보이지 않는 객차의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I suppose there'd be a curious crowd around there all day with little boys searching for dark spots in the dust and some garrulous man telling over and over

what had happened until it became less and less real even to him and he could tell it no longer and Myrtle Wilson's tragic achievement was forgotten.

아마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웅성거릴거다. 아이들은 훍을 뒤적이며 검은 핏자국을 찾고 있을 것이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식상해진 이야기에 질려서 더는 말하고 싶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머틀 윌슨의 비극은 모두 잊혀지고 말 것이다.   


Now I want to go back a little and tell what happened at the garage after we left there the night before.

이제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그 전날 밤 우리가 머틀의 차고를 떠난 뒤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They had difficulty in locating the sister, Catherine.

윌슨의 여동생 캐서린이 어디 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She must have broken her rule against drinking that night for when she arrived she was stupid with liquor and unable to understand that the
ambulance had already gone to Flushing.

캐서린은 아마도 그날 밤 자기의 주량을 넘겨서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캐서린이 왔을 때, 그녀는 술에 취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간할 수 없었고 자기 언니를 실은

앰블런스가 벌써 플러싱으로 가버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었다.   



When they convinced her of this she immediately fainted as if that was the intolerable part of the affair.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신히 알아듣자 마자 캐서린은 이를 맨 정신으론 감당할 수 없어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Someone kind or curious took her in his car and drove her in the wake of her sister's body.

친절에서 그러했는지 아니면 호기심에서 그러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어떤 사람이 캐서린을 자기 차에 태워 언니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Until long after midnight a changing crowd lapped up against the front of the garage while George Wilson rocked himself back and forth on the
couch inside.

한 밤이 지난 후로도 한참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차고 앞까지 와서 무슨 일인지 귀를 기울였다가 되돌아가는 동안 조지 윌슨은 안에서 소파에 앉아 앞 뒤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For a while the door of the office was open and
everyone who came into the garage glanced irresistibly through it.

잠깐 사무실의 문이 열리자 차고안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은 저항할 수 없는 힘에 끌린 듯 안을 들여다 보았다. 



Finally someone said it was a shame and closed the door.

종내는 어떤 사람이 염치없는 일이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Michaelis and several other men were with him--first four or five men, later two or three men.

마이클리스와 몇 명의 남자들이 윌슨과 함께 있었다. 처음에는 너댓명, 나중에는 두 세명만이 남았다.



Still later Michaelis had to ask the last stranger to wait there fifteen minutes longer while he went back to his own place and made
a pot of coffee.

밤이 깊어지자 마이클리스는 마지막 남은 낯선 사람에게 가게에 가서 커피 한 포트 끓여 올 때까지 십오분만이라도 떠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해야만 했다. 


After that he stayed there alone with Wilson until dawn.

그 후에 마이클리스는 동이 틀 때까지 혼자서 윌슨과 함께 있었다. 


About three o'clock the quality of Wilson's incoherent muttering changed--he grew quieter and began to talk about the yellow car.

세 시경, 무슨 소리인지 중얼 중얼하던 윌슨의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소리가 잦아들더니 노란차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He announced that he had a way of finding out whom the yellow car belonged to, and then he blurted out that a couple of months ago his wife had
come from the city with her face bruised and her nose swollen.

윌슨은 그 노란차가 누구의 차인지 알아낼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몇 달전 아내가 얼굴에는 멍이 들고 코가 부은 채 도시에서 돌아온 적이 있다고 불쑥 말 

하였다.



But when he heard himself say this, he flinched and began to cry "Oh, my God!" again in his groaning voice.

그러다 자신의 말에 스스로 놀라 움찔하더니 다시 끙끙거리는 소리로 "오, 하느님!" 하고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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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닉과 베이커 사이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닉은 개츠비에게 전화를 하지만

개츠비는 디트로이트에서 오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전화는 왜 오랫동안 오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이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이어지는 내용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구성중 특이한 것은 이러한 부분입니다. 앞부분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뒤부분에 가서야 '아하!'하는 소리와 함께 이해가 됩니다.


----------------------------------------------



"Goodbye," I called. "I enjoyed breakfast, Gatsby."

"잘 있어." 나는 전화했다. "아침식사 맛있었어. 개츠비."


Up in the city I tried for a while to list the quotations on an interminable amount of stock, then I fell asleep in my swivel-chair.

그 도시에서 나는 지루할 정도로 많은 주식의 주가 일람표를 만들려고 잠시 애를 쓰다 회전의자에 앉아서 잠이 들었다.  



Just before noon the phone woke me and I started up with sweat breaking out on my forehead.

12시가 되기 전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나는 땀으로 이마에 땀이 스며 나오송글 송글 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벌떡 일어났다. 


It was Jordan Baker; she often called me up at this hour because the uncertainty of her own movements between hotels and clubs

and private houses made her hard to find in any other way.

조단 베이커였다. 그녀는 종종 이 시간에 전화를 했다. 그녀는 호텔이며, 클럽이며, 집으로 가고 오는 것이 불규칙해서 다른 방도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Usually her voice came over the wire as something fresh and cool as if a divot from a green golf links had come
sailing in at the office window but this morning it seemed harsh and dry.

평소에 조단의 전화선 너머의 목소리는 장쾌한 스윙에 뜯게 날아오른 잔디조각이 사무실 창문에서 날아 드는 것처럼 신선하고 시원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목소리는 거칠고 건조하게 들렸다. 



"I've left Daisy's house," she said. "I'm at Hempstead and I'm going down to Southampton this afternoon."

"나 데이지의 집에서 나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지금 헴프스테드에 있어요. 오늘 오후에 사우샘프톤으로 내려 갈거예요."



Probably it had been tactful to leave Daisy's house, but the act annoyed me and her next remark made me rigid.

데이지의 집을 나온 것은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좀 성가신 일이었다. 조단의 그 다음 말을 듣고 난 마음이 더 멀어졌다. 



"You weren't so nice to me last night."

"어제 밤 너무 했어요."



"How could it have mattered then?"

"그게 어때서?"


Silence for a moment. Then--

잠시 묵묵 부답이었다. 그러다가-



"However--I want to see you."

"하지만-  당신을 보고 싶어요."



"I want to see you too."

"나도 당신을 보고 싶어."



"Suppose I don't go to Southampton, and come into town this afternoon?"

"내가 사우샘프톤에 가지 않고, 오늘 오후 마을에 가면 어떨까요?"



"No--I don't think this afternoon."

"아니- 오늘 오후는 싫어."



"Very well."

"좋아요."


"It's impossible this afternoon. Various----"

"오늘 오후는 힘들어. 여러가지...."



We talked like that for a while and then abruptly we weren't talking any longer.

우리는 잠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우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I don't know which of us hung up with a sharp click but I know I didn't care.

우리 중 누가 먼저 전화를 딸각 끊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때는 상관없었다. 


I couldn't have talked to her across a tea-table that day if I never talked to her again in this world.

살아 있는 동안 다시 베이커와 마주칠 일이 없다는 것만 확실하면, 아마 그날 그녀를 마주하고 앉아 차를 들면서 이야기할 이유가 없었다.    


I called Gatsby's house a few minutes later, but the line was busy.

몇 분 후 개츠비 집으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통화중이었다.


I tried four times; finally an exasperated central told me the wire was being kept open for long distance from Detroit.

네 번째 전화를 했을 때, 화가 난 전화국 직원은 그 전화는 디트로이트로부터 오는 장거리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Taking out my time-table I drew a small circle around the three-fifty train.

난 일정표를 꺼내서 3시 50분 열차에 작은 동그리미를 그렸다. 


Then I leaned back in my chair and tried to think.

나는 의자를 뒤로 젖혀 기댄채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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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닉은 이제 일하러 갈 시간이 되었지만 좀처럼 떠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개츠비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떠나면서 닉은 개츠비를 향해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넌 좋은 놈이야' 하고...

개츠비에게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감돈다.


.......................................



It was nine o'clock when we finished breakfast and went out on the porch.

우리가 아침을 다 먹고 현관으로 나갔을 때에는 9시였다.



The night had made a sharp difference in the weather and there was an autumn flavor in the air.

밤사이에 날씨가 딴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공기중에는 가을 분위기가 가득했다. 



The gardener, the last one of Gatsby's former servants, came to the foot of the steps.

개츠비의 이전 하인 중 홀로 남은 하인인 정원지기가 계단 앞에 왔다



"I'm going to drain the pool today, Mr. Gatsby. Leaves'll start falling
pretty soon and then there's always trouble with the pipes."

"오늘 풀장의 물을 뺄 작정입니다. 개츠비씨. 곧 잎들이 떨어질텐데 그러면 배수관에 꼭 막히거든요."



"Don't do it today," Gatsby answered.

"오늘은 하지 마세요." 개츠비가 대답했다.



He turned to me apologetically.

개츠비는 겸연쩍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You know, old sport, I've never used that pool all summer?"

"알잖소, 친구. 여름내내 한 번도 풀장을 사용하지 않았소."



I looked at my watch and stood up.

나는 나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일어섰다.



"Twelve minutes to my train."

"기차 떠날 시간이 12분 남았네."



I didn't want to go to the city.

나는 그 도시로 가고 싶지 않았다.


I wasn't worth a decent stroke of work but it was more than that--I didn't want to leave Gatsby.

나는 일에서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개츠비를 내버려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I missed that train, and then another, before I could get myself away.

나는 그 기차를 놓쳤다. 그리고 다음 기차도. 그제서야 나는 떠날 수 있었다.



"I'll call you up," I said finally.

"전화하리다," 마침내 나는 말했다.



"Do, old sport."

"그렇게 하시구려. 친구."


"I'll call you about noon."

"12시 경에 전화하겠수다."



We walked slowly down the steps.

우리는 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I suppose Daisy'll call too." He looked at me anxiously as if he hoped I'd corroborate this.

"아마 데이지도 전화할 거야." 그는 내가 그럴 것이라고 말해 주기를 희망하듯 간절하게 나를 쳐다 보았다.


"I suppose so."

"그렇겠지."


"Well--goodbye."

"그럼- 잘 가."



We shook hands and I started away.

우리는 악수를 하고 나는 출발했다.



Just before I reached the hedge I remembered something and turned around.

울타리에 도착하자 막 뭔가가 생각났다. 나는 몸을 돌렸다.



"They're a rotten crowd," I shouted across the lawn.

"모두들 썩었어." 나는 잔디밭 건너편으로 소리쳤다.


"You're worth the whole damn bunch put together."

"당신은 썩을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나아."



I've always been glad I said that.

나는 지금껏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It was the only compliment I ever gave him, because I disapproved of him from beginning to end.

그것은 내가 그에게 보낸 유일한 칭찬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시종일관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First he nodded politely, and then his face broke into that radiant and understanding smile, as if we'd been in ecstatic cahoots on that fact all the time.

처음에는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굳었던 얼굴이 밝게 펴지며 알겠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만은 언제나 우리가 둘도 없는 한 편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His gorgeous pink rag of a suit made a bright spot of color against the white steps and I thought of the night when I first came to his ancestral
home three months before.

그의 멋드러진 핑크색 양복은 하얀 계단을 배경으로 확 도드라져 보였다. 나는 석 달 전 그날 밤, 대대로 이어져 오는 그의 집에 처음 왔던 밤을 생각했다. 



The lawn and drive had been crowded with the faces of those who guessed at his corruption--and he had stood on those
steps, concealing his incorruptible dream, as he waved them goodbye.

잔디밭과 도로에는 개츠비가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가득했었지. 그 때도 개츠비는 저 계단에 서서, 영원히 지속될 그의 꿈을 숨긴 채, 떠나가는 사람들에게 잘가라고 손을 흔들었지.   



I thanked him for his hospitality.

나는 그의 환대에 감사함을 표했고.


We were always thanking him for that--I and the others.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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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에게 이별의 편지가 도착한다.

......

개츠비는 지난 날 톰과의 언쟁을 다시 생각한다.

데이지가 내가 아닌 톰을 사랑했을리가 없어.

하지만 데이지는 톰도 사랑한다고 했잖아.

개츠비는 혼란스러워한다.

.....

다시 개츠비가 이별 편지를 받은 이후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편지를 받는 개츠비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데이지와 사랑을 속삭였던 루이스빌로 간다.

데이지와의 추억을 더듬다가 결국 그는 비통한 마음으로 루이스빌을 떠난다.

이제 그는 데이지와의 그 아름답던 날들은 영원히 저 뒤로 사라져 버렸다고 느낀다.


....................................................


The letter reached Gatsby while he was still at Oxford.

그 편지는 개츠비가 아직 옥스포드에 있을 때 도착했다. 


It was dawn now on Long Island and we went about opening the rest of the windows downstairs, filling the house with grey turning, gold turning light.

이제 롱 아일랜드의 새벽이었다. 우리는 아랫층을 돌아다니며 창문을 모조리 열었다. 집은 점차 어두움이 가시고 황금빛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The shadow of a tree fell abruptly across the dew and ghostly birds began to sing among the blue leaves.

나무 그림자가 급작스레 이슬위로 드리워지고 잠에서 막 깬 새들은 푸른 나뭇잎 사이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There was a slow pleasant movement in the air, scarcely a wind, promising a cool lovely day.

바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공기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부딪혀 오는 느낌이 상쾌하다. 정말 기분좋은 날이 되리라는 설레임마저 들었다.     



"I don't think she ever loved him." Gatsby turned around from a window and looked at me challengingly.

"데이지가 톰을 사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개츠비는 창문으로부터 몸을 돌려 그렇지 않느냐는 듯 나를 쳐다 보았다.



"You must remember, old sport, she was very excited this afternoon.

"아마 기억하겠지만, 친구...데이지는 그 날 오후 매우 흥분했었어."



He told her those things in a way that frightened her--that made it look as if I was some kind of cheap sharper.

톰이 말하는 투는 정말이지 데이지를 놀래키는 식이었어. 나는 형편없는 사기꾼이 되어 버렸지. 



And the result was she hardly knew what she was saying."

결과적으로 데이지는 자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였던거야.  


He sat down gloomily.

개츠비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앉았다.  


"Of course she might have loved him, just for a minute, when they were first married--and loved me more even then, do you see?"

"물론 데이지가 톰은 사랑했을런지도 몰라, 그건 정말 잠깐 동안이었을거야. 결혼했을 그 당시 말이야. 그러나 그 때도 나를 더 사랑했어. 무슨 말인지 알겠나?"



Suddenly he came out with a curious remark:

갑자기 개츠비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In any case," he said, "it was just personal."

"어떤 경우이든," 그는 말했다. "그것은 그저 사적인 것이었어."



What could you make of that, except to suspect some intensity in his conception of the affair that couldn't be measured?

어떤 일에 어떻게 생각하는 지 헤아릴 방도가 없을 땐 그저 얼마나 애타하는지 추측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He came back from France when Tom and Daisy were still on their wedding trip, and made a miserable but irresistible journey to Louisville
on the last of his army pay.

개츠비는 톰과 데이지가 아직 신혼 여행을 하고 있을 때 프랑스에서 돌아왔다. 개츠비는 그가 군대에서 받는 돈을 다 써가면서도, 루이스빌로의 참담한 여행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He stayed there a week, walking the streets where their footsteps had clicked together through the November night and revisiting the out-of-the-way places

to which they had driven in her white car.

개츠비는 거기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그 11월의 밤 내내 그들이 함께 걸었던 거리를 걸으면서 돌아다녔고, 데이지의 하얀 차를 타고 갔었던 인적이 드문 곳들을 다시 찾아다녔다.    



Just as Daisy's house had always seemed to him more mysterious and gay than other houses so his idea of the city itself, even though she was gone from it,

was pervaded with a melancholy beauty.

데이지의 집은 항상 개츠비에게는 다른 집보다도 더 신비스럽고 활기차 보였다. 꼭 그것처럼 개츠비가 이 도시를 대하는 마음에도 어떤 슬픈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비록 데이지가 더는 없는 도시이지만.  



He left feeling that if he had searched harder he might have found her--that he was leaving her behind.

개츠비에게는 데이지를 조금 더 찾아 보았더라면 찾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 그녀를 두고 간다는 안타까움에 시달렸다. 



The day-coach--he was penniless now--was hot.

그는 이제 한 푼도 없었고, 그 날, 기차 객실은 찌는 듯 더웠다.




He went out to the open vestibule and sat down on a folding-chair, and the station slid away and the backs of unfamiliar buildings moved by.

그는 객차의 연결통로로 나가서 간이 의자에 앉았다. 역은 미끄러지듯 멀어졌다. 낯선 건물의 뒷 모습이 지나쳐 갔다.



Then out into the spring fields, where a yellow trolley raced them for a minute with people in it who might once have seen the pale magic of her face

along the casual street.

도시 밖으로는 봄이 피어있는 들판이었다. 사람들을 태운 노란 트롤리가 잠시동안 기차와 나란히 달렸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우연히 거리를 가다가 마법처럼 사람을 끄는 데이지의 하얀 얼굴을 보았을런지도 모른다.  



The track curved and now it was going away from the sun which, as it sank lower, seemed to spread itself in benediction over the vanishing city

where she had drawn her breath.

기차길이 완만하게 구비돌고 있었다. 이제 해는 기차 뒤로 멀어지고 있었다. 한 때 데이지가 살아 숨쉬던 도시는 아스라히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 도시위에는 마치 은총이 내린 양 저녁 노을이 내리고 있었다. 


He stretched out his hand desperately as if to snatch only a wisp of air, to save a fragment of the spot that she had made lovely for him.

개츠비는 절망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데이지와의 정다웠던 추억이 남아있는 그 곳. 뭐라도 건져내고 싶은 심정은 한 움큼의 공기를 잡으려는 것만큼 애처로웠다.  



But it was all going by too fast now for his blurred eyes and he knew that he had lost that part of it, the freshest and the best, forever.

뿌옇게 흐려지는 눈에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최상의 무엇인가를 영원히 놓치고 말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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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에게로 곧장 가고자 하나

길은 무심하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풀꽃

솔나무

너의 모습이 보인다


달빛 내린 길

그리움을 밟으며 너에게로 가는 길위에

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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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군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는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 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김승옥식 표현법이 당시 문인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작금의 문학에 비하여도 그 현대적인 감각이 결코 뒤 떨어지지 않는 글 솜씨다. 무진기행을 읽으면서 곳곳에 펼쳐지는 그의 섬세한 감성과 표현에 새삼 놀란다. 하지만 김승옥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대답할 말문이 막힌다. 


이제 그의 글을 돌이켜 보면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찾아 본다. 먼저 이 주인공 윤희중, 그의 이름은 단 한 번 나온다. 어쨌든 그는 무진 출신으로는 드물게 서울에서 출세를 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자수성가한 입지적인 사람은 아니다. 사랑하던 여인과 헤어지고 난 후 부자집 과부에게 장가들어 큰 제약회사 간사가 되었다. 아마 돈 많은 과부는 겉치레를 멋드러지게 만들어줄 그런 번드르한 인물이 필요했나 보다. 능력도 결단력도 없지만 서울 남자의 이미지가 필요했겠지. 그의 이력중에 빛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한 때 독서광이었다는 것 정도. 그에게서는 나약함이 배여있다. 625 전쟁 때는 징집되지 않으려고 골방에 숨어 있었다. 덕분에 공산군으로 징발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무진이 국군에 의해 수복된 후 선배들과 친구들이 학도병으로 전선을 향해 갈 때, 그리고 그들의 전사통지서가 고향에 도착할 때에도 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비록 그의 어머니가 만류하는 통에 그랬겠지만, 그는 뛰쳐나가 친구들과 함께 조국을 위해 싸우려는 간절한 마음에도 떨쳐 일어서지 못하고 그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는 서울에서 뭔가 실패할 때면 어김없이 무진으로 찾아들곤 했다. 무진에 와서는 독한 담배냄새 배이도록 골방에만 쳐 박혀 있었다. 뭔가 일을 해결하기 위한 몸짓이나 생각, 결단은 그와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여인이 떠날 때도 잡지 못했으리라. 이러함에도 주위의 지원속에 떳떳한 성공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갖추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인정해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인숙, 무진중학교의 음악선생, 무진에서 성공한 두 사람중 한 사람인 세무서장인 조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여자, 하지만 조씨는 그냥 그녀를 노리개로만 여긴다. 같은 학교의 선생인 선량한 박선생이 좋아하던 여자, 그 여자는 박선생을 꽁생원같다고 한다. 주인공에게 자기를 서울로 데려가 달라던 여자, 그 부탁의 댓가로 몸을 바친 것일까? 그 여자는 바닷가에 있던 한 때 서울 남자가 젊은 시절 폐병에 들었을 때 하숙하였던 집에서 몸을 허락한다. 그는, 칼을 빼앗지 않으면 절망에 사로잡혀 찌를 사람처럼, 조바심을 느끼던 여자에게서 조바심을 빼앗아 버렸다. 조바심을 빼앗긴 여자는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하고, 서울 남자는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끝내 그 여자를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다 거짓말이다. 당장 그 때는 거짓이 아니었겠지만, 어차피 이런 부류의 사람이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는 못하는 법. 그게 바로 그다.

 

급히 상경하라는 아내의 전보에 또 다시 움직이는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이 없다. 하인숙에게 남기는 편지, 지금 당장은 같이 올라갈 수 없지만, 언제가는 그녀를 서울로 부를 것이라는 편지, 그리고 사랑한다는 편지는 결국 그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찢어버렸다. 도대체 그는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진 기행의 키워드는 안개, 모든 것이 안개 속에 뿌옇게 사라져 버린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되어 버리고 없다.

수치도, 책임도 무책임도 모든 것이 유배되어 버리고 없는 세상, 그 세상이 무진이다.



자살한 여자, 술집작부, 독해서 죽을 것 같지 않았던 여자, 이 여자의 죽음을 지켜 주고 있었던 불면의 밤, 이 남자는 자신을 대단한 인물로 생각하는가 보다. 생면부지의 여자가 술집 여자가 자살하던 밤 자신이 잠 못들어 하던 것을 어찌 그 여자를 지켜주기 위해 그랬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여자가 죽지못하도록 막지도 못한 남자이면서...길거리에서 봉변을 당하고 있던 미친 여자를 구해주지도 못했었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싸우지도 못하고 숨어 있었지. 1년동안 폐병을 고치기 위해 바닷가의 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쓸쓸한 느낌을 엽서에 써서 사방으로 보내는 것 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산소에 들러 이슬비 내리는 산소 앞에서 절을 한다. 긴 풀을 뽑는다. 그는 태어날 때 어머니에게 빚졌을 뿐 아니라 전쟁의 위험에서도 그의 어머니 덕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대체 뭔가? 어머니가 죽고 난 후 폐병이 든 것은 그가 어머니 없이 무엇이라도 제대로 해 낼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개구리 울음 소리가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로 화하는 청각이 시각으로 변하는 이상한 현상. 개구리 울음이라고 답하며 하늘의 별들을 쳐다 본다. 그리고는 또렷이 깨닫는다. 나와 별 사이의 거리를, 그리고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그는 홀로이다.


이런 인간상, 김승옥 자신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당시를 살아가던 지식인의 나약한 모습이 다 이랬을까?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세상을 버릴 수도 없고, 그냥 세상에 기대어 살아가는 기생충같은 모습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슬픈 눈길로 바라보는 그런 이야기?

김용택/ 한솔수북


시 쓰라.

뭘 써요?

시 쓰라고.

뭘 써요?

시 써서 내라고!

네.

제목을 뭘 써요?

니 맘대로 해야지.

뭘 쓰라고요?

니 맘대로 쓰라고.

뭘 쓰라고요?

한 번만 더하면 죽는다.


<초등2 문성민>



글은 이렇게 자신이 겪은 한 순간을 붙잡아 글로 옮겨 보는 것! 글쓰기의 시작이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주위에 있는 것들을 보세요. 자기 자신을 보세요.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오래 들여다 보세요. 자꾸 보면 예쁠 거예요.'

글을 쓰려면 무언가를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무엇가에게 마음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온다. 내 것이 된다. 관계가 형성된다. 갈등이 생긴다.

갈등을 이겨낸 조화로운 세상을 생각하고 꿈꾼다. 이런 생각과 꿈과 논리적으로 정리하면 글이 된다. 

이렇게 태어난 글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좋은 글이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위해 쓴 글 같으나 쉽지 않다.

아이들은 김용택님의 맥락을 이해할까?

아이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나 보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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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방탈출 카페에 가자?"
"가기 싫다. 안 간다."
"친구들이랑 방탈출 카페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아이들만 입장시켜주는 건 안 된대. 아빠가 같이 가야 돼."
"싫은데"
"같이 가 줘"
"좀 조르지 마라. 귀찮다."
"아빠아~"

옆에 있던 아내가 듣다 못해 한 마디 한다.

"방탈출 카페에 갔다가 갈맷길 데리고 가면 어때요?"

귀가 솔깃해진다. 아이들에게 길 걷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딸아이는 극구 함께 가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갈맷길 아빠와 함께 가면 생각해 볼게."

딸아이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낸다.

"아빠, 애들이 다 갈맷길 따라 간대."

"좋아, 그러면 가자."


방탈출 카페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KGB에 붙잡혀 수감된 스파이가 탈출한 흔적을 찾아 똑같은 방법대로 방을 탈출해야 했다. 1시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실패다. 우다섯 명 모두 탈출 비밀을 찾아 헤매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는 갈맷길을 갈 차례다. 아이들과 39번 버스를 타고 송정까지 갔다. 송정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하나씩 먹고 다시 181번을 타고 대변으로 갔다.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계획에는 한치의 변경도 없다.


대변 척화비 앞에 섰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아이들에게 척화비 안내문을 읽어 주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병인양요(1866년), 신미양요(1871년)에서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흥선대원군은 쇄국 의지를 알리고 서양 오랑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 척화비를 세웠다. 대변에 있는 척화비는 일제 시대 부두 공사 때 바다에 버려졌던 것을 해방 후 인양하여 지금 대변 초등학교 교정에 옮겨놓았다.


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我戒萬年子孫(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 아계만년자손)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였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고, 화친하자고 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이에 우리 자손만대에 경계 하노라."


아이들은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듯 시큰둥하다. 아이들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반드시 알아야 할 자신의 뿌리이며 민족혼을 일깨우는 스승일까? 아니면 아이들은 아직은 역사를 알기에 이른 나이일까?


아이들은 척화비에서 죽도공원으로 가는 길에 거대 해파리를 보고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와~ 이렇게 큰 해파리는 처음 본다."

"이렇게 큰 해파리는 기장에서만 볼 수 있는 거야." 기장에서 나고 자란 한결이가 말한다.

아이들은 해파리의 독을 무서워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일회용 우산으로 해파리를 찔러보기도 하면서 신기해한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동물에 흥미가 많다. 하지만 식물과 풍경처럼 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진다.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들에게는 정적인 것이 아직은 눈에 들어오지 않나 보다. 언제쯤이면 정적인 사물이 눈에 들어오는 걸까? 나는 어땠을까 돌아보니 꽤 나이가 든 후에야 그랬던 것 같다. 역시 아이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리라.



죽도 공원으로 들어갔다. 갈맷길을 면한 동해안에는 섬다운 섬이 없다. 대변항에 있는 죽도가 유일한 섬이다.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다리가 놓여있어 죽도까지의 쉽게 들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섬은 사유지이다. 시온그룹이라는 종교단체의 소유로서 울타리와 철조망에 막혀 섬 중앙으로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이 섬을 개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소유자로부터의 반응이 없는 실정이다. 아쉽지만 우리는 갯바위를 밟고 아슬아슬하게 섬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죽도에 발을 들여놓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게 전부인 듯하다.

하루빨리 섬이 개방되기를 기원해 본다.  


섬 내부로 나 있는 커다란 대문 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게 길이 있는 게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좁은, 그냥 발 디딜 곳을 조심스럽게 찾아 밟고 지나야 만 할 그런 길 아닌 길(?)이었다. 물이 들어오면 사라질 그런 길, 아슬아슬 밟고 지나갈 수 있는 길, 설마 이 좁은 공간을 지나 섬을 한 바퀴 돌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길, 이 쪽으로는 거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을 길, 오직 호기심 많은 아이들 같은 성격의 사람들만이 무작정 가 볼 마음을 가질만한 길, 하지만 수심이 깊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았다.


섬 둘레를 1/4 정도 돌 때까지는 발 디딜 데를 찾아야 했지만 그 뒤로는 비교적 너른 갯바위 위를 밟고 지날 수 있었다. 그러다 섬의 저쪽 끝에서는 드디어 길이 끊어졌다. 물이 빠지면 운동화를 적시지 않고 지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발목까지 오는 물속을 덤벙덤벙 건너든지,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야 할 형편이다. 자칫 징검다리 돌이 삐끗하면 발이 물에 빠질 것을 감수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좀처럼 건너오려 하질 않는다. 다시 돌아가겠다고 우긴다. 중학교 1학년인 한결이만 나를 따라온다. '여자 애들은 못 온다 쳐도, 진서 이놈! 너라도 따라와야지.' 속이 부글거린다.


먼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쪽으로 나오니 낚시꾼들이 무리가 보인다. 그리고 저 먼 바다 쪽으로 파도를 막아 주는 방파제와 그 끝에 어김없이 우뚝 서 있는 등대가 보인다. 이 방파제는 상당히 넓은 공간을 안고 있다. 변항은 생각보다 훨씬 큰 항이었다.


동해안의 등대는 대변에 와서 절정을 이룬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기념하는 월드컵 등대와 일명 마징가 등대 및 태권브이 등대라 불리는 장승등대가 죽도 앞바다에 우뚝하다.  


그리고 죽도와 오랑대공원 사이에 있는 닭벼슬 등대와 젖병등대. 이 다섯 등대는 제각각  다른 형상이다. 아이들 장난같은 모양의 등대 다섯이 한 눈에 보인다.


다음 행선지를 멀리 바라본다. 저 멀리 점점이 바닷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갯바위, 오랑대가 보인다. 어떻게 할까 순간적으로 갈등한다. 날씨가 무더운데, 빗방울도 떨어지는데, 아이들과 걷는 길을 여기서 마감할까? 어렵게 아이들과 함께 온 이 길인데, 어쩌지?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늘의 갈맷길 걷기가 오랫동안 남으면 좋겠다. '고생한 만큼 기억에 남는다'는 상투적인 상식에 기대어 조금 더 걷자고 마음먹는다.


"애들아, 힘들지."

"예"

"오늘은 저기 보이는 오랑대까지 갈 거다. 조금만 더 가자."

"와 저렇게 멀리요."

"멀어 보이지만 걷다 보면 금방이다."

"..." 


이제 오랑대 공원 입구까지는 시원하게 뻗은 일직선 도로이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걷는다. 아마도 이 더운 날에 갈맷길 따라와서 고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에 갈맷길에 나서자고 하면 아이들이 또 따라나서려고 할까?


"다음에 또 따라 올래?"

"방탈출 카페에 가면 따라올 수 있겠어요."

"하하하"

"저도요."

"그냥은 안 따라올 거예요."


그래. 아이들은 방탈출 카페가 더 마음에 들었구나. 그리고 갈맷길 걷기가 죽도록 싫었던 것도 아니었구나.



오랑대란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시랑 벼슬을 하던 다섯 명이 기장에 유배된 친구를 찾았다고 이렇게 불린다고 한다. 다음 행선지인 해동 용궁사 부근의 시랑대도 그렇게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오랑대 바위 위에 걸터앉은 용왕단을 배경으로 태양이 떠 오르는 풍경은 사진작가들이 좋아하는 장면이다.


오랑대 용왕단 아래에 삼면이 바위로 둘러싸인 조그만 공간은 거의 삼십 년 전의 기억을 일. 한번 와본 듯한 장소, 하지만 기억과 다소 차이가 있는 곳, 여기가 그때 그곳이라면 분명 저 공간 가운데 큰 바위가 하나 있어야 하는데... 기억에 남아 있는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한순간 되살아 나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때 동생이 하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행님은 손과 발이 완전 따로 움직이네."

개구리헤엄을 치던 나를 보고 하던 말이다.


한 여자애가 우리 보고 하던 말도 생각이 난다.

"아저씨, 제가 저 바위까지 헤엄쳐 가고 싶은데 혹시 제가 빠지면 구해줄 수 있나요?"

수영을 좀 하던 동생이 콧방귀를 뀐다.

결국 그 여학생은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기억의 메커니즘이 신기하기도 하다. 한순간의 인상이 잠자고 있던 기억을 일깨우다니. 그것도 큰 의미가 있는 기억도 아닌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에 보면 오래 전에 잃어 버렸던 시간을 일깨워낸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맛 이야기가 나온다. 그 기억은 잃어버렸던 것이 아니라 아주 깊은 구석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깊은 곳을 건드리는 찰나의 자극은 그 숨은 기억을 되살려 낸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이 사실은 우리 두뇌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아니야. 그럴 순 없지. 허공에 흩어져 사라진 기억이 설마 하나도 없으려고.


갈맷길 1코스의 남은 길을 가면서 찾아볼 것이 하나 생겼다. 송정까지 해안길을 따라가면서 그 옛날 기억의 장소를 찾아보는 것. 혹 이 곳 오랑대가 기억 속의 그곳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그 바위는?



오늘의 갈맷길 걷기는 여기서 마무리한다. 아이들과 함께 걸었던 덕분에 정말 짧은 길을 걸었던 걸음이었다.

이따금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 길이었지만 비 때문에 더위를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며 그 비를 맞고 걸었어도 좋았을 것을.


다음 갈맷길 기행은 오랑대공원에서 시작하여 해동 용궁사, 시랑대, 송정을 거쳐 해운대 달맞이 고개까지이다.





    갈맷길 1-2코스는 기장군청을 출발하여 대변항, 해동용궁사, 송정을 거쳐 해운대 문탠로드 입구까지 21.4km의 길이다. 1시간에 3km를 걸으면 7시간이 걸리고, 1시간에 4km를 걸으면 5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갈맷길 안내서에 소개된 표준 시간은 6시간이다.

      

    잠자리에 들고서도 머릿속은 갈맷길 생각으로 설렘 반 걱정 반이다. '폭염이 예고된 7월의 마지막 날에 21.4km를 다 걸을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이번 기회에 1-2코스를 다 걷고 싶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그럼 해동용궁사까지 3시간 정도만 걷는 것은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걱정을 하다가 마침내 일정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한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래. 길을 많이 걷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길을 가면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면 된다. 힘이 들거나 멈추고 싶으면 거기에서 멈추면 된다. 이 길을 걸으면서 나의 인내력을 시험하거나 나의 한계를 확인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자유롭게 걸을 뿐이다. 

     

    아침에 길을 나서려 할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여름 방학이라고 창원에서 조카 둘이 와 있다. 게다가 오늘은 나흘간의 휴가가 시작되는 날이다. 나 혼자 길을 걷자고 아내와 딸을 두 조카와 함께 두고 가자니 꺼림칙하다. 무슨 대답이 나올지 뻔히 알면서 물어본다. "나와 함께 갈맷길 갈 사람? 은유야 같이 가자. 너희들 함께 가지 않을래?  당신은 어때?" 아무도 함께 갈 뜻이 없음과 나 혼자 나가는 것에 아무도 불만을 표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집을 나섰다. 오전 9시이다.


    39번 시내버스를 탄다. 10시경 갈맷길 1-2코스가 시작되는 죽성 사거리에 내려 죽성로에 들어선다. 바람에 살랑이는 잎새처럼 이는 기대감. 봄 비 내리는 4월의 죽성로는 차창밖으로 그냥 그대로 한 폭의 초록 수채화였는데, 한 여름의 죽성로는 어떨까?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죽성로는 잠깐 쭉 뻗은 시원한 모습을 보여 주더니, 곧 뜨거운 여름 길이 되었다. 비에 젖은 사월의 죽성로와 뙤약볕쬐는 한여름의 죽성로가 같은 길일 거라고 애초에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인가가 드물어지면서 도로가의 보행로도 점차 없어지고, 좁은 이차선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에 신경을 쓰면서 갓길을 조심스레 걸어야 했다. 죽성로를 40~50분 걸었을 것이다.


    두호마을, 갈맷길 1-2코스에서 처음 들리는 마을이다. 두호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두모포라 불리었는데, 이곳은 연안방어를 위한 수군이 주둔했던 군사요충지였다. 지금도 두모포진성의 일부가 남아 있다. 또한 임진왜란 때 왜군이 축조한 왜성이 마을 뒷산에 남아 있다. 왜란 후 두모포진은 부산 수정동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북쪽에서 죽성천이 흘러드는 곳에 작은 지방어항인 두호항이 들어서 있다.


    마을의 언덕 위에는 노거수老巨樹 다섯 그루가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으며, 그 가운데 국시당이라 불리는 서낭당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서쪽에는 봉대산이 죽성만을 내려다보고 있고 그 정상에는 봉수대가 남아 있다. 마을 동쪽에는 해안 암석과 어우러진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해안을 따라 황학대, 기장 죽성 성당, 어사암이 있다.  



    기장 죽성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원한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해안 암석에 그림처럼 올라앉아 있는 죽성 성당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다. 이곳에서 예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조선시대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죽성을 자주 찾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죽성은 예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명소였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살다 간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야기가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라면 더욱 흥미가 간다. 조선시대 시조문학의 대가였던 고산 윤선도가 여기에 있었다. 기장에서 7년간 유배생활을 할 때, 그는 죽성 해안의 작은 섬 송도의 아름다움에 끌렸다. 아름다운 바다, 시원한 바람, 코 끝을 스치는 바다 냄새와 해송 향기, 파도와 갈매기 소리가 그의 시름을 달래 주었다. 그는 이곳을 양쯔강 하류의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황학루에 비하면서 황학대라 이름하였다.


    봉대산 높은 곳에서 죽성만을 내려다보면 날개를 활짝 편 학 한 마리가 북쪽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기가 막히게도 방파제는 학의 긴 부리처럼 보인다. 해송이 드문 드문 자란 황학대는 학의 머리, 오른쪽 암석 해안과 왼쪽 해안은 좌우 날개를 펼친 모습이다. 푸른 학의 머리에 황금빛 암석과 모래사장이 두 날개가 되어 황학은 북쪽을 향해 날고 있다. 고산은 백성의 병을 치료할 약초를 캐러 봉대산에 올랐다가 죽성만을 내려다 보고 학의 모습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옛날 유배생활의 시름을 씻어주던 황학대의 절경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고 30여 그루의 해송만이 옛날의 흔적을 지키고 있다. 10명 남짓 올라설 수 있는 6~7m 정도 높이의 조그만 바위 언덕 앞에 초라한 황학대 안내문이 안쓰럽다.  


    두호마을 전경


    아름다운 자연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짓이겨 버리는 인간의 몰지각함이 슬프다. 조선 최고의 시인 윤선도가 극찬한 황학대의 절경을 지루한 회색 시멘트로 덮어버리고, 볼썽 사나운 전봇대와 황학대 주위 공간을 가로지르며 시야를 방해하는 전기줄로 궁색하게 만들어 버리다니. 기장 군청에서는 하루 빨리 황학대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초라하게 남아있는 황학대에 올라 본다. 바다를 바라본다. 아! 아직도 여전히 황학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아름답다. 


    윤선도의 비 온 뒤 풍경을 그린 시 한수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우후요 雨後謠

    구즌 비 개단 말가 흐리던 구룸 걷단 말가,

    압 내희 기픈 소히 다 맑앗다 하나산다

    진실로 맑디 옫 맑아시면 갇긴 시서 오리라


    궂은비 개인다 말인가 흐리던 구름이 걷힌다 말인가

    앞 시내 깊은 연못이 다 맑았다 하는구나

    진실로 맑디 맑아지면 갓끈 씻어 오리라





    황학대 옆에 황학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매력적인 정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희봉 님의 "한국 건축의 모든 것 - 죽서루"에 나오는 '한국의 누정은 밖에서 바라보는 건축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 누정의 존재 의미는 누정의 안 공간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데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줄줄 흐르는 땀도 식힐 겸 피곤한 다리도 쉬어줄 겸 신발을 벗고 황학정을 올랐다. 황학정의 계자 난간에 기대어 앉아 죽성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어느 듯 나는 400여 년 전 윤선도처럼 그 절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땀을 식힌 후 기장 죽성리 해송을 보기 위해 두호마을 뒷 언덕에 올랐다. 기장 죽성리 해송은  400년 수령의 거대한 해송 다섯 그루이다. 다섯 그루가 그 한 가운데 서낭당인 국수당을 품고 있다.  400년 전 이 언덕에 돌무덤을 쌓고 그 주위에 여섯 그루의 해송을 심어 국수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그러다 해방 이후에는해마다 정초에 마을을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서낭당이 되어 현재는 국수당이라 불리고 있다. 











    언덕 아래 두호마을의 벽에는 가지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쉽다. 벽화보다는 오히려 황학정을 살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을 해 본다.









    두호마을 해안에는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이 있다. 마을 앞바다에 있는 널찍한 해안 바위 '어사암'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 고종 때 대동미를 실은 조운선이 풍랑으로 죽성 앞바다에 침몰하였다. 굶주린 어촌 주민들이 이 곡식을 건져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장 관아에 붙잡혀 가 문초를 받다 죽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조정에서는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이도재를 어사로 파견하였다.


    주민들은 기장 관기 월매에게 자신들의 억울함을 어사에게 호소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어사가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매바위(어사암)를 찾았을 때 월매가 동행하여 춤과 노래를 선보였고, 이곳의 절경과 월매의 교태로 흥이 난 어사는 흔쾌히 "그 불쌍한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하며 주민들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매바위 위에 "하늘은 비어서 다시 형상하기 어렵고, 바다는 넓어서 시를 짓기 어렵네. 세상 구만리에, 한 조각 갈대배로 항해해 갈 뿐이라네.(天空更無物 海闊難爲詩 環球九萬里 一葦可航之)"라는 시를 새겨 넣었다.


    어사의 은혜를 고맙게 여긴 주민들은 매바위를 어사암이라고 불렀다.






    두호마을 다음 마을이 월전마을이다. 두호마을에는 죽성드림 성당을 보러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월전마을에는 횟집 찾는 손님들이 붐빈다. 


    월전마을에서 대변항으로 가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해변을 따라가는 길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기장 옛길이다. 해변길은 많이 걸었으니, 이제는 산길을 걷자고 마음먹고 숲으로 들어선다.


    산길을 20~30분을 걸었더니 여름 소나기와 퍼붓는 햇살을 듬뿍 먹고 무성히 피어난 풀들이 길을 온통 덮어 버렸고, 길은 그 흔적을 잃는다. 이따금 나타나는 갈맷길 표식, 파랑 분홍 리본만이 여기가 길임을 알려준다. 풀숲에 숨어있는 뱀이 무서워 작대기를 휘둘러 풀을 이리저리 치며 걷는다. 진한 풀냄새와 흙냄새, 내리쬐는 햇볕,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와 함께 걸었던 고생 길이다.  


    자연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한 편 무섭기도 하다. 자연을 벗어나 사는 인간은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무서움을 느낀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며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낀다. 


    길 / 고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중략)


    '길이 없는 곳에서부터 진정한 희망이 시작된다.'는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다시 사람이 지나 다니던 흔적이 보이고 산등성이 사이로 멀리 대변항이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대변항이다. 갈맷길 1코스 중에서 가장 큰 항이다. 큰 해변이란 뜻의 대변. 해마다 대변 멸치축제가 열린다. 대변의 멸치회는 꽤 유명하다. 항구에는 수산물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몇몇 화가들이 대변항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고 있었다. "그림 그리는 모습을 찍어도 될까요?"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한 컷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으로는 너무나 쉽게 찍어낼 수 있는 장면을 화가들은 붓끝으로 일일이 터치를 해가며 마음속의 심상을 그려내고 있다. 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감흥을 표현하고 있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들과 함께 수산과학관을 갔다가 지금 송정 맥도날드에 와 있다. 와서 같이 점심 먹자." 폭염 속을 걷는 고생을 멈출 명분이 생겼다. 세 시간째 무더위 속을 걷자니 예삿일이 아니다.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멈출 때는 멈추자. 무리하지 말자. 혼자 걷는 길이 좋은 이유는 나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대변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대원군 척화비 앞에서 죽도를 바라보며 오늘의 갈맷길 답사를 끝내기로 한다.  다음 갈맷길 답사는 척화비에서 시작하기로 기약하고 181번 버스를 타고 송정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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